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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Dec 07. 2021

Yearning

Light


 오늘은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도 그립습니다. 내가 아는 모들 것들이 그립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것들마저도 그립습니다. 내가 눈을 감으면 나 자신도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도 그립습니다. 그리움이란 무엇일까요. 그리움 중에서 제일 그리운 건 무엇일까요. 저는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나도 꼴에 사람이라고 사람이 그리워지나 봅니다. 어찌 보면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거겠지요. 그중에서도 제일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이 그립습니다. 저는 후자인 듯합니다. 지금 제일 사랑하는 건 가족입니다만 가족과 연인은 다른 종류의 사랑인 듯합니다. 제가 제일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보고 싶었고 같이 있을 땐 그 순간의 시간이 아깝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서로가 알던 모든 추억들을 지우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다시금 그때처럼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같은, 서로가 만나서 웃으며 인사했던 장면 같은 순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까? 제가 그리운 순간은 아마도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인 듯합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순간을 그리워하며 꿈을 꿉니다. 그리고 꿈으로 그리움을 메꾸고 있습니다. 그런 밤과 낮이 오고 갑니다. 그리움은 새벽이 지칠 때 언제든 찾아와 새벽이 익숙한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갑니다. 나는 다시금 그리움을 아쉬워하고 다음에 또 만날 약속을 받지 못한 체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벽이 되면 방에 불을 다 끄고 조명을 하나 킵니다. 그리고 실 같은 그 불빛을 바라봅니다. 처음에는 불빛을 쫒아 한 곳만 응시하다가 나중엔 불빛 주위가 점점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위는 어둡고 내가 바라볼 시선은 불빛밖에 없다는 사실이 처음엔 겁이 날 수도 있겠지만 우린 항상 그래 왔다는 걸, 적어도 나는 당신에게 그랬었단 걸. 당신도 그리움이 반겨올 때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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