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핑크팬더 Ep.03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2/3)
인생은 예상밖의 일로 우리를 뒤흔든다. 마치 우리를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이..
2월 중순, 독감으로 인한 잔기침 후유증도 사라진 핑크팬더는 반드시 러닝 복귀를 해야만 했다.
왜냐? 다가올 3월 동아일보 서울마라톤 10km 부분과 4월 고양하프마라톤, 서울하프마라톤에서 하프(21.0975km) 마라톤 참가까지.. 총 세 개의 마라톤대회 참가신청을 성공한 금손이었던 것이다.
요즘 마라톤대회 참가신청이 마라톤 뛰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는데.. 대회를 신청했다고 하면 100% 성공률을 자랑하던 핑크팬더였다. (본인피셜 선착순에 실패해 본 적이 없다고..)
2월 13일 핑크팬더의 러닝 복귀 첫날, 오랜 시간 러닝을 쉬었기에 이 점을 고려해 핑크팬더와 난 640 페이스로 시작해 6분대 페이스로 천천히 가볍게 60분 조깅을 목표로 했다. 시간주로 몸을 깨우려는 의도였다.
6분대로 천천히 페이스를 올려가며 조깅하는데 4km 지점을 지날 때쯤 갑자기 왼쪽 무릎이 시큰하다는 핑크팬더.. “괜찮냐고?” 물었지만 일단 달려보겠다는 핑크팬더는 묵묵히 조깅을 이어 나갔다. 이때부터 페이스는 7분대로 뚝 떨어졌고, 한 시간 목표로 한 조깅은 40분남짓 7km 지점에서 멈추고 말았다.
“살면서 무릎에 통증을 느껴 본 적이 없었는데..?”
갸우뚱 거리며 처음 느껴본 왼쪽무릎통증에 스스로를 의심하던 핑크팬더.
나도 의심스러웠다. 2025년 새해맞이 20.25km 러닝도 감기앓이 중에도 수월하게 소화했던 그녀였는데 뜬금무릎통증이라니? 우리는 가벼운 조깅을 했는데 말이다.
며칠 뒤 주말 따뜻한 낮시간에 다시 조깅을 해보았다. 추위에 약한 핑크팬더 밤러닝 보단 낮이 좋을 듯했다.
그녀의 무릎통증을 생각해 더 천천히 뛰었고, 총 16km를 달렸다. 비록 느렸지만 이번엔 평소의 핑크팬더처럼 뛰었다. 뛰는 리듬과 호흡/심박도 안정적이었다. 중간에는 핑크팬더 스스로 짧게 힘껏 뛰어보기도 했다.
이번 러닝으로 지난번 무릎통증은 그저 기우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찝찝하고 나쁜 예감은 항상 틀림없었다. 다음 15km 조깅을 목표로 호기롭게 러닝을 한 핑크팬더는 3km쯤 다시 왼 무릎통증이 살짝 시큰하게 느끼더니 점점 짙어가는 통증 탓에 또 7km 지점에서 멈추고 말았다.
이때 핑크팬더는 확신했던 것 같다. ‘내 왼 무릎이 정말 이상이 생겼구나!’ 모른 척하고 싶었는데 확인사살을 당하고 말았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분함이었을까? “괜찮아! 일단 병원부터 가보자! 치료받고 천천히 러닝 하면 돼~” 나의 토닥어림에도 핑크팬더는 푹 눌러쓴 모자아래 입술은 꽉 다물었고, 나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은 지금껏 못 봤던 핑크팬더의 침울한 모습이었다. 너무 분해서 조금이라도 톡 하고 건들면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아픈 왼 무릎 주변 이곳저곳을 짚어보며 통증위치를 찾아보았고 ‘거위발건염’인 것 같았다. 이 왼 무릎통증은 좋다가 나쁘다가를 몇 차례 반복하며 핑크팬더를 괴롭혔다.
“다들 이 정도 통증은 참으며 뛰는 줄 알았어?”
“대회를 마치거나 남산언덕 훈련하고 나면 한참을 다리를 절뚝이며 걸었어..”
핑크팬더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러너의 다리근육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스트레칭을 할 때 다리를 앞뒤, 좌우로 쭉 늘릴 때에 가동범위가 좁던 핑크팬더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 날부터 핑크팬더 다리 마사지를 습관처럼 해주게 되었다. 마사지를 해주면서 알게 되었다. 핑크팬더의 양다리는 근육의 텐션이 높고,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었다. 여태껏 이런 긴장된 근육상태로 뛰어왔던 것이다. 폼롤러가 있음에도 잘 안 한다는 핑크팬더에게 “폼롤러 마사지 자주 해”라는 잔소리도 이날부터 시작하게 된 것 같다.
핑크팬더는 왼쪽 무릎과 오른쪽 발목이 일단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난 테이핑이란 걸 구입해 보았고, 테이핑 하는 법을 유튜브에서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다. 3월 16일, 다가오는 동아일보 서울마라톤 대회 남은 시간이 부족했다. 이 테이핑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이후 몇 차례 러닝을 했다. 부지런히 마사지를 했고 테이핑의 효과도 있었나 보다 무릎통증의 강도는 약해진 듯했다. 특히 발목 테이핑은 효과가 좋았다고 했다. (돌던 발목이 꽉 잡아주는 느낌이라고..)
예상치 못한 부상이슈로 멈출 법했지만.. 느지리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분이었다. 그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서울마라톤이 열흘 남은 3월 6일 러닝데이, 이 날은 핑크팬더가 구입한 아식스 메타스피드엣지파를 개시한 날이었다. 새 신발 테스트도 해봐야 해서.. 짧고 굵게 핑크팬더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인터벌 스피드훈련을 해보고자 했다.
당일 아침에만 해도 새 신발을 신고 뛸 생각에 오늘의 러닝이 기대가 된다던 핑크팬더였는데, 저녁밤 러닝하러 나갈 때쯤
“오늘 뛰고 싶지 않아..”라고 그녀가 얘길 한다.
“그래도 뛰어야지.. 대신 오늘 짧게만 뛰자!”
피곤한 하루를 보낸 건 알지만, 오늘 러닝을 그만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 러닝을 습관화하기 위해 난 핑크팬더에게 예정된 러닝을 해보자고 밀었다.
그렇게 한강으로 나아가 스트레칭을 하는 중에 핑크팬더가 오른쪽 종아리(비복근)가 상태가 안 좋은지.. 오른쪽 한 발로는 뛰는 것도 쉽지 않다고 나에게 말한다. 응? 금시초문이었다. 오른쪽 종아리도 안 좋다고??
이때 핑크팬더의 말을 깊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단 뛰기로 했으니까.. 훈련 욕심이 먼저였던 것 같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조깅을 했는데.. 조깅을 하자마자 이내 곧 종아리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핑크팬더, '오늘은 인터벌을 무리겠다.' 싶어 가볍게 조깅을 이어갔지만 종아리 불편함에 핑크팬더는 멈추고 말았다. 4km를 못 채우고 마무리했다. 핑크팬더도 나도 서로의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특히 내가..
나는 생각했다. 두 달가량의 쉼이 핑크팬더에게 이런 결과를 주고 말았다고.. 러닝을 하며 긴장된 상태로 달려온 수개월, 통증과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참고 뛰어 왔던 핑크팬더에게 두 달간의 쉼이 그동안 못 느끼던 통증이 쓰나미로 온 게 아니라는.. 거세게 내리던 피로와 스트레스라는 빗줄기에 아슬아슬하게 버텨왔던 둑이 드디어 무너지고 말았다.
열흘 남은 서울마라톤, 그 외 대회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핑크팬더에게 필요한 건 치료와 회복이었고, 이 점을 간파 못 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치료받을 것을 강하게 주장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들었던 것 같다. (함께 병원을 가자던 핑크팬더의 말대로 함께 끌고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
터벅터벅 함께 걸어오는 길, 핑크팬더 보다 더 시무룩했던 나였다. 핑크팬더가 되려 눈치를 봤다.
"왜 그래~ 병원가면 다시 뛸 수 있을거야~"라고 핑크팬더가 말한다.
그런 핑크팬더에게 칭얼거리듯 얘길 했다. 병원에 가서 치료와 함께 러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사와 상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그렇게 핑크팬더는 그간 두려움에 피하기만 했던 정형외과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