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핑크팬더 Ep.05
벼락치기
3월 16일 일요일 열리는 서울마라톤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회 일주일 전 벼락치기로 정형외과 내원해 고질적으로 앓고 있던 오른쪽 발목, 종아리 통증에서 일단 해방이 된 핑크팬더.
병원 내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대회는 욕심 버리고 펀런을 해~ 이제 다시 러닝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대회 분위기를 즐겨봐~” 부상에 시무룩해진 핑크팬더를 위로했었는데, 치료를 받은 이후 그녀의 다리는 가벼워졌고 멘탈도 긍정 한 스푼이 들어갔다. 불과 며칠사이에 상황이 달라졌다. 작은 희망의 불씨가 보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부상이슈로 고강도 훈련을 못 했던 핑크팬더에게 남은 5일은 기량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2~3주라도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그렇다고 5일 동안 강도 있게 훈련하자니 부상이 회복되는 과정 중이라 쉽사리 시도할 수 없었다. 부상이 재발하면 안 되니까. 제대로 된 회복이 먼저였다.
결국 우리가 함께 훈련을 할 시간은 토요일, 대회 전날뿐이었다.(이렇게 되버렸다.ㅎㅎㅎ;;) 벼락치기를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은 하루, 핑크팬더에게 벼락치기로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생각해 봤다.
다음날 대회에 영향을 미칠 훈련은 할 순 없다. 다행히 이전에 16km, 105분 러닝을 잘 소화를 했으니 1시간 러닝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리와 시간은 짧게! 효과는 있게! 할 훈련은 '고심박에 도달과 유지'라 생각했다. 10km 마라톤은 단거리라서 힘껏 달릴 것이 틀림없을 테니.. 고심박에서 숨, 호흡을 트이는 것이 필요했다. (이전에 인터벌을 하려 했으나 부상이슈로 수행할 수 없었다.)
3월 15일 토요일 볕이 따스한 오후, 핑크팬더와 한강으로 나섰다.
훈련내용은 빌드업러닝*으로 목표거리는 5km, 30분 남짓 뛰겠지만 평소보다 빠른 페이스로 러닝을 할 것이다. 고로 스트레칭을 평소보다 오래 진행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풀고, 다리를 앞뒤로 찢고, 고관절도 돌리고, 앞뒤로 크게 다리를 차며 스트레칭을 마친다.
발목, 종아리 상태가 좋아졌는지 탕! 탕! 제자릴 뛰면서 가벼워진 다리를 확인하는 핑크팬더, 나아진 다리가 제대로 달려줄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빌드업 페이스는 너에게 맞춰서 올릴 거니깐 걱정 마~” 얘기에도 오랜만에 빡뛰(빡빡하게 뛴다) 할 생각에 살짝 긴장이 되나 보다, 살짝 상기된 핑크팬더의 표정이 보인다.
이제 벼락치기 러닝훈련을 시작한다! 총 5km 조깅페이스를 시작으로 차츰차츰 페이스를 올려나간다.
첫 1km는 617 페이스**로 가볍게 웜업, 몸풀기를 한다. 2km 구간은 538 페이스로 페이스를 당기고 3km 구간부터 515 페이스로 본격 고심박영역에 올라간다.
단 시간에 페이스를 팍! 팍! 올려가는 중임에도 내 뒤를 바짝 붙어서 달리는 핑크팬더. 병원 치료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경쾌하게 달리는 핑크팬더가 얼마만인지 엄지 척! 해주며 러닝을 이어갔다.
페이스가 450대로 접어든 4km 구간 핑크팬더가 “힘들어!”라고 말한다.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쿵! 쾅! 거리는 고심박에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핑크팬더 내 뒤를 바짝 붙어 달린다. 난 멈출 수 없었다. 4km가 코앞이다. 이 남은 몇백 미터를 힘들어도 밀어야 한다. 역치값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잘 붙고 있어! 조금만 더! 4km까지만 가자! 남은 1km는 리커버리 할 거니깐! 힘내!” 더 당길 수 있다고 독려한다. 헛기침까지 하는 핑크팬더, 분명 힘들지만 그녀도 포기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마지막 있는 힘껏 당겨서 내 옆으로 나란히 붙을 정도로 페이스를 더 끌어올린다.
“삐빅-!!” 4km 통과를 알리는 핑크팬더의 가민 알림음, 짧은 빌드업 러닝을 마무리한다. 5km까지 남은 1km는 리커버리로 천천히 뛰어가는데 거친 숨에 몰아쉬는 핑크팬더 쉽사리 심박수가 내려오지 않는가 보다 4~500m를 가서야 거친 숨은 잠잠해졌고, 5km 지점에서 멈춘 뒤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벼락치기 훈련을 종료한다.
빌드업을 비록 4km까지만 진행했지만 최종 450 페이스까지 달린 핑크팬더 수고가 많았다. 이 페이스에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 잘했다. 오히려 내가 페이스를 너무 가파르게 당기지 않았다면 5km까지 충분했을 텐데 싶었다.
곰돌씌는 별도로 나머지 훈련 300m/100m 인터벌러닝***을 5회를 추가했다. 오랜만에 짧은 인터벌,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훈련을 마쳤으니 이제 든든히 배를 채워야 한다. 우리는 중국집으로 향했다. 카보로딩**** 시작이다. 소식좌 핑크팬더 간짜장을 싹싹 먹는다. 배고픔 탓인지 내일 대회를 위해 무리하게 먹는 것인지..ㅎ 아무튼 잘 먹는 핑크팬더의 모습에 흐뭇하다.
이로써 서울마라톤 대회 전날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아니, 다 못 했다. 부족한 시간이었다. 예기치 못한 휴식과 부상으로 우리는 원했던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부족한 시간이라도 지금 본인이 할 수 있는 준비는 해야만 한다. 앞으로 대회는 이 것만 있는 게 아니니깐!
러닝인생 첫 부상에 심란했던 핑크팬더가 다시 뛸 수 있다는 마음을 되잡은 것만으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번 대회가 핑크팬더에게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오늘 밤 일찍 푹 자고, 핑크팬더는 내일 서울마라톤을 대비한다.
*빌드업러닝 : 달리는 동안 점진적으로 속도를 높여가는 훈련으로 처음에는 느린 페이스로 시작해 몸을 풀고, 구간마다 또는 일정 시간마다 페이스를 올려가며 최종적으로 목표한 빠른 속도에 도달하는 훈련법이다.
**페이스 : 러닝에서 페이스는 보통 1km에 얼마만의 시간으로 뛰는 가를 말한다. 예로 530 페이스는 1km를 5분 30초에 뛴다는 말이다.
***인터벌러닝 : 전력 내지 빠른 속도의 러닝과 천천히 뛰는 회복러닝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 고강도 러닝훈련 중 하나이다. 예로 "400m/200m 10회"라고 하면 400m 전력질주와 200m를 천천히 뛰며 회복러닝을 10회를 한다는 얘기이다.
****카보로딩 : 지구력 운동 시 근육과 간에서 글리코겐 저장을 최대화하여 지구력 경기 중 피로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지구력 행사 전날에는 탄수화물 섭취가 증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