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등바등한 마음으로 하루 끝에 서면 쓸쓸함과 서러움이 밀려온다. 무얼 위해 사나 싶고,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싶고, 이도저도 아닌 것 같은 지금의 삶을 통째로 들어다 어딘가에 내팽개쳐두고만 싶다. 사는 게,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은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 다들 나름의 이유로 힘들고 괴롭겠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니까 징징거리지 말자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 보지만, 마음속 우울은 늘 제멋대로라 기어이 나를 질질 끌고 다니다 패대기치고야 만다. 그리곤 나몰라라다.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계속 그렇게 엎어져 있던지, 일어나든지.
사는 게 꼭 서바이벌게임 같다.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나를 던져놓고 어떻게든 살아보라는. 당근과 채찍처럼 좀 적절하게 배합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다. 다 큰 어른한테 공짜로 당근을 던져주는 일 따윈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너무하다 싶은 때가 있다. 남들만큼 단단하지 못한, 나약하고 취약하기 그지없는 내 마음의 모양새라도 좀 봐가면서 채찍을 휘두르면 덜 아플 텐데. 삶은 언제나 나 같은 건, 내 마음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그냥 휘몰아친다. 사납게.
한참을 그렇게 사나운 바람을 맞고 있으면 이미 진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마냥 진 것 같은, 아니, 애초에 진 것 같은, 글러먹은 것 같은, 그냥 이렇게 생 격 먹은 것 같은, 엉망진창의 말들이 나를 괴롭힌다. 한 번 자라면 애써 잘라내도 끈질기게 나를 갈아먹는 말들이 자란다. 그런 말은 애초에 가난한 마음은 채워질 수 없다는 듯, 조롱하고 비웃듯이 무섭게 자란다.
누군가의 웃음, 단단한 말, 친절한손, 다정한 마음, 그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다. 저이는 저런 얼굴로 사는구나, 저런 얼굴로 아이들에게 가겠구나, 저이의 집에는 저런 웃음이, 저런 다정함이, 친절하고 몽글몽글한 무언의 감정들이 가득 차 있겠구나. 저이는 저런 것들을 보고 받고 먹고 자랐을까? 생각하다 에잇 그만하자 하고 덮어버린다.
이해 혹은 설명 같은 길고 긴 말이 필요 없는 삶을 떠올려본다. 다정한 눈길, 따뜻한 손, 깊은 포옹 따위로 삶을 건너온 사람들. 애써 그러모으지 않아도 마음 가득 웃음이 넘치는 사람들. 자존감이란 단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사는 사람들(너무 당연해서). 밟고 선 땅이 비옥해서 어디서든 꽃을 피우고, 자연스레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들. 그런 것이 보편인 사람들의, 내겐 한 없이 낯설기만 한 삶.
한여름 소나기 같은 어떤 이의웃음소리를듣다, 삶을 이야기하면서 한 없이 반짝였던 어떤 이의 눈망울을 보다, 다리미로 다린 듯 반듯하고 깨끗한 어떤 이의 마음을 보면서, 나는 왜 이토록 쓸쓸해지는 걸까. 반짝이는 것들 사이에서 함께 반짝지는 못해도 슬퍼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어쩌지 못하는 것에 마음 쓰지 말자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어쩌자고 이렇게 또 가라앉는지. 도무지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읽고 쓰면서 틈틈이 나를 다듬어 가는 것 만으로 괜찮아지지 않는 삶이 있다. 문제는 그게 내가 가진 삶이고, 나라는 인간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