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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Aug 25. 2019

과속하는 당신, 괜찮으신가요?

관성의 법칙




고속도로에서는 다들 비슷한 속도로 미끄러져 나가니 자신들이 얼마나 빠른지 미처 느끼지 못한다. 시속 100km, 110 km를 달리며 멍하니 옆 차선의 차를 지켜보다, 잔상만을 남김 채 쉼 없이 도는 휠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속도감을 느낀다. 갑자기 몸소 느껴지는 속도는 마음을 위태롭고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계속해서 달려 나가기도, 그렇다고 멈추기도 불안한 공황의 찰나. 


우리의 삶도 그렇다. 모두가 모터를 단 듯 하루를 재빨리 살아내는 사회 속에선 그 속도감이 와 닿지 않는다. 어서 빨리 닳아 사라지길 바라는 부품처럼 질문도, 의심도 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아니, 부품 까짓 게 질문을 하면 무얼 할 것인가 싶어 그냥 다들 버티는가 싶기도 하다. 적당히 운이 좋은 사람들은 모두의 레이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볼 기회를 1년에 한두 번 정도 갖는다. 바다 곁에서 멍하니 커피를 내려마시고  지는 해를 하릴없이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에서 우린 관성의 불안감을 느낀다. 멈추려고 애를 쓸수록 우리의 속도는 그 정적인 공간에서 툭 튀어나온 못 같다. 괴괴한 여유는 우릴 불안하게 만들어, 커피를 내리는 동안 다음 할 일을 생각하고 숙제처럼 책을 읽고 휴식을 전시하는 사진을 찍고 쉴 틈 없이 관광지를 방문한다. 하루의 빈 틈이나 늘어지는 시간이 낭비되는 시간처럼 여겨지는 것 또한 일상의 관성 때문이다.  


잠시의 일탈을 위해 완전한 정지를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꽤나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 불안함을 떨치기 힘들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궤도에서 벗어나거나 멈추는 건 미친 짓 아닐까? 하지만 그 쳇바퀴에서 내려 스피드 게임을 멈추고 나니, 놓치고 살던 많은 것들이 보였다.

그러고 나서 나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말 못 하는 동물과 목소리가 지워진 약자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가능하면 지역 농부에게서 벌레 먹은 열매를 샀고, 흙에 씨앗을 뿌리고,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였다. 여성들의 연대에 관심을 가졌고, 거창하고 화려한 파티보다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먹는 올리브와 와인이 좋아졌다.

  

시속 110km의 자동차가 아닌, 주변을 둘러보며 둥실둥실 흘러가는 케이블카와 같은 삶. 그것이 경주마같이 달리는 궤도에서 내리고서야 배운, 나에게 맞는 속도였다. 멈추면 큰일 날 줄 알았는데 별일 없다. 모두가 고속도로를 달릴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국도로, 자전거로, 히치하이킹으로, 혹은 두 발로 걸어서 가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 뿐이었다. 당신도 당신에게 맞는 속도로 갔으면 한다. 이 글은 감속하고 싶은 당신을 응원하고 싶어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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