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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Jul 25. 2017

ㅡ 함께 ㅡ

ㅡ 보리야~ ㅡ


보리...

하는 짓은 화를 부르지만

막상 얼굴을 보면 가슴아픈 ...우리 보리...

8년 전...

엄마가 병원에 입원 하셨었다.

병원 입구 벤치에 아저씨 한분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앉아 계셨다.

손엔 푸른빛의 강아지 리드줄을 잡고 있었고,

그 줄의 끝엔 너무도 작은 푸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와~아가야 ~이리와봐~ "

녀석은 쪼르르 뛰어나와 내품에 안겼다.

그리곤 전에 다롱이가 그랬듯이 녀석도 핥짝핥짝  뽀뽀를 했다.

" 아저씨! 얜 이름이 뭐에요?"

라고 묻자,

" 그런거 없어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짜증내듯 말씀 하셨다.

" 아저씨...아무리 그래도 이름이 있어야죠...그럴거면 왜 키우세요? "

" 딸년이 데리고 왔는데 ...우리 마누라도 극도로 싫어합니다. 버리려고 나왔는데 ...아 짜증나..."

순간...화가 치밀었다.

" 아저씨!  제가 데려갈께요... "

그 말이 끝나자마자 환희에 찬 표정으로

" 정말요?" 라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녀석을 내게 안겨주고는

녀석의 리드줄을 빼는 것이었다.

" 아저씨! 그건 왜 빼요?!"

" 이건 집에 있는 우리 애 꺼에요.집에 말티즈가 있어요. 그앤 작고 이쁜데 얜 크잖아요!..."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 아가야~이거보다 더 좋은 리드줄 사줄께 ~"

아저씨 들으라고 크게 말했다.

녀석을 안고 택시를 탔다.

문득, '넌 얼마나 서럽니? ' 란 생각에 콧등이 찡했다.

" 너에게 부귀영화는 못줘도 니가 죽을 때까지 지켜주고 니가 아플땐 병원에 데려갈께 "

녀석의 머리에 코를 대고 속삭였다.

막상 집에와서 내려놓고 보니 녀석은 작은게 아니었다. 몹시도 마른 것이다...

엉치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

씻기고 나니 머리에 빨간 멍자국도 많았다.

눈치를 보는 모습도 가슴이 아팠고,

먹여도 먹여도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모습도 가슴이 아팠다.

난 약속대로 튼튼한 리드줄을 녀석에게 사줬다.

한시간 만에 잘라 버릴꺼 라곤 생각도 못한 채...

그렇게 녀석은 지금까지 대여섯 개의 리드줄을 샀다. ㅎㅎ

'  이름은 뭐가 좋을까 '라고 생각하며 시장을 걷다가... 볶은 보리를 파는 아주머닐 지나쳤다.

순간...' 보리?녀석의 옷은 볶아 놓은 보리와 똑같으니까 ...보리라고 불러야 겠네...'

그래서 녀석의 이름은 김 보리 다.

처음 오던 날,

뛰어가는 몽이의 눈을 물어서 몽이가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웅크리고 자는 복순일 물어서 복순이가 보리만 보면 겁을 먹었다.

이땐 솔직히 후회도 했다.

그렇지만, 사람도 친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녀석들도 그러려니 하며 싸움만 안나게 늘 지켜보았다. 이 시기엔 잠도 잘 못잤다 .

그렇게 세월이 흘러...

몽이랑은 아직도 대면대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고 산책하다 낯선 녀석과 마주치면 둘이 합세하여 뎀벼 든다.

기특하면서 창피하기 하다.

녀석들에게서 세월이 느껴질 때면...

시간이 참 빠르단 생각이 든다.


산책할때 남자가 서있으면 거길 지나가지 못하던 녀석...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 움직이면 짖으며 달겨 든다. 그건 트라우마 이기에... 내가 감내하면 되는 것이다.


작은 언니랑 둘이 있어도 불편한 기색이 없는 보리씨~♡

그저 아프지말고 오래오래 내곁에 머물러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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