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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niday Jan 23. 2024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다

2주 차 | 선택권에 대하여

회사 밖에서는 선택권이 많아지는 만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선택해야 해요
-Freelancer H-


프리랜서가 된 지 2주 차.

회사를 안 가니 하루가 유난히 길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어떤 모습이 되는지가 바뀌는 프리랜서 생활.

내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에 꽤나 어안이 벙벙하다.


퇴사를 한 김에 시간도 많겠다 1주 차가 쉼의 한주였다면 2주 차에는 제법 바쁜 스케줄로 스타트업 대표님을 세 분 만나 뵈었다.
그중 분과 만나 뵈었던 경험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CEO : 시스템을 바꾸는 사람들


첫번째는 두잇(Doeat) 대표님과의 만남이었다.

VC 미팅으로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먼저 나서서 화상미팅이 아니라 직접 방문하겠다고 했다.

막상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생각을 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나긴 했으나, 마침 대표님은 나에 대해서 모르시니 가지고 있던 포트폴리오를 뽑아가야겠다 싶어 컬러로 뽑아 투명 파일에 넣었다.


'이것도 어쩌면 프리랜서 일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하면서.



1. 커피챗을 신청했던 이유

나는 서비스의 유저였다.

그것도 진성유저.
배달의 민족은 배달비가 몹시 비쌌고 양도 직접 가서 먹는 것보다 안 좋았기 때문에 배달을 오히려 줄이고 직접 방문 포장했다.
그러나 나는 두잇을 시작한 후로 거짓말처럼 하루에 한두 번 꼴로 주문을 하는 배달 처돌이가 되었다.

'이런 서비스를 만드는 대표님은 어떤 분이실까, 어떤 미친 팀원들이길래 이런 서비스를 만드는 거지?'

뭐 그런 궁금증이 가득해있던 찰나 커피챗을 요청할 기회가 생기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두잇 대표님과의 대화 중에서」

  "저희는 2023년에 A/B TEST 만 350번을 했습니다"
  "1년이 365일인데 그중에 350번이면 거의 하루에 한 번 꼴이네요"
  "네"
  '이게 스타트업인가?'


새삼스럽긴 하지만 혁신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례를 깨부수고 "없애는" 것을 시작하는 팀이 있는 곳에서 시작 된다고 생각한다.
깨진 조각 틈에서 혁신은 조용히, 그리고 거대하게 일어난다.


관례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행하는 기업 오너들.

그들의 뇌는 과연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눈 딱 감고 실행하는 그들의 실행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지?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하는 게 스타트업이구나.

솔직히 말해서 도전하는 스타트업 대표의 모습은 많멋지다.


관례를 깨부수는 미친 CEO들
(두잇의 배달 구조)


두잇은 배달 사업이 아니라 시스템 사업이다.


커피챗을 하기 전 지인과 '두잇은 배달비도 없으면 무엇으로 이익을 내는가'에 대해서 토론했었다.

도무지 모르겠다는 지인에게 나는 '여러 개를 동시에 배달하고 배달비 무료로 하는 대신에 상점에 수수료를 어느 정도 청구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고 그 뒤에도 여전히 몇 가지 의문은 남아있었다.

"그래도 이익은 적은데 왜 점점 성장하지?"


커피챗을 하고 그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대표님이 내 머리를 에어건으로 두발 탕탕 날린 느낌.

때마침 두잇에는 커피챗을 신청할 당시에는 없었던 마케팅 리드를 뽑고 있었다.


어...
나 이 팀에서 일하고 싶은 건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권리

집에 와서 일단 이력서를 넣어 보려고 자리에 앉았다.

내 것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게 고작 10일인데 바로 며칠  다시 이력서 넣을 생각을 하다니.

여러 감정이 뒤섞이면서 자꾸 내 발목을 잡았다.

마침 학점을 넣어야 하는데 학점을 찾으러 들어간 대학교 전산망이 점검 중이었다.

하지 말라는 계시인가 싶어 깔끔하게 포기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프리랜서 H님이 말했다.


'회사 밖에 있으면 선택권이 많아지는 만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선택해야 해요. 그리고 수니님은 참 잘 결정한 거예요. 대단해요.'


나보다 먼저 프리랜서였던 분의 말씀이 가슴에 콕 박혔다.

나 진짜 해보고 싶어 내 일을.


그런데 금요일에 대표님께 연락이 왔다.
'이력서 넣어봤으면 좋겠다. 면접 보고 서로 더 알아가 보면 다른 방식으로든 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력서, 일요일에 바로 써서 내버렸다. 





―두 번째 CEO : 기회가 많으면 좋은 선택을 할 기회도 많아진다


두 번째는 목요일에 만난 대표님이었다.

스타트업을 타깃으로 채용을 도와주는 그룹바이라는 기업이었는데 '광범위한 채용' 서비스가 아닌 스타트업 only로 타겟팅 해서 실제로 잘 될 것 같은 회사다.
회식에 가서 인사드리고 팀원들과도 인사했다. 팀원들이 진짜로 좋은 사람들 밖에 없었다.
오겹살도 맛있었고.

2.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있지?
물론 대표님도 좋은 분이시기는 하시만 사람 일이라는 게 기회가 많아도 선택을 잘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채용 회사라서 그런가.

확실히 좋은 인재들을 뽑으려면 그만큼 기회가 많은 곳이 유리하긴 하겠다.


그러나 만약 내가 CEO라면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뽑을 수 있을까?

10명 남짓한 좋은 사람들과 오겹살



사무실에 잠시 들렀을 때 두잇사무실과 조금 비슷한 느낌이 났는데 그곳에 있던 책장을 찍었다.

뭔가 꽂혀있는 책들이 많지도 않지만 알차보여서 올 해가 가기 전에 꼭 전부 읽어봐야겠다 다짐했다-



아 그리고 스타트업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은 와이파이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주 칠일근무 와이파이. 절대 쉽지 않다 스타트업.


갑자기 사업에 조금 관심을 보였던 시기에 나에게 웃으면서 '사업 안 하시면 안 되나요 수니님 하하' 하던 친한 대표님 얼굴이 생각나네.


이렇게 프리랜서 2주 차의 하루가 바쁘게 지나갔다.

새로운 사람도 알게 되고 새로운 것들도 많이 시작되었던 한 주였고 기회도 많이 왔다.

프리랜서임에도 새벽 2시까지 업무를 하다니 이게 뭐지 하다가 고객사를 세어보니 8개였다.

지금 시점에 3개는 날아갔지만 또 다른 기회가 오겠지.


거만해하지 말고 있는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시금 마음을 잡는다.

절대 오만해지지 않고, 나는 우주에 있는 한 톨 먼지임을.

그리고 이곳에 만족하지 말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울 준비를 할 것을.


회사에서의 한주와 바깥에 나와서의 한주는 그 시간이 가는 것부터 속도가 다르다.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7년 차 마케터 이야기.

프리랜서 성장일지를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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