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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niday Apr 25. 2024

회사로 다시 돌아갈까

13-14주차

―프리랜서가 된지 13주차, 그야말로 무기력의 밑바닥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가끔은 그냥 누워있는 것도 지겨웠고 핸드폰도 더이상 재미 없다.

일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고, 브런치 글도 밀렸다. 이불 밖으로 나가려면 2~3시간은 기본이었다.


'연애를 다시 해야하나, 더는 혼자서 일하기가 싫어.
나만 뒤쳐지는건 아닐까
지금은 좋은데 나중에 지금을 후회하지 않을까
내가 보낸 이 시간을 지난 1년동안 쉬었던 것처럼 허투루 보냈다고 아쉬워하지는 않을까
더 열심히 배웠어야 했다고, 더 열심히 회사를 조금 더 다녀서 경력을 쌓았어야 했다고 생각하게 되면 어쩌지.'


바보같은 생각만 마음속에 빈자리 없이 들어찬 기분.

관악구 배달 어플 두잇에 커뮤니티가 생겼길래 거기서 같이 공부할 사람을 구했다. 억지로 나가보려고 약속을 잡고 나가니 조금 나았다.


'회사로 돌아갈까'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7번을 더 했다. 자연스레 구인구직사이트도 둘러보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생각은 점점 커져서 소개팅 어플도 난생 처음으로 깔았다. 재미도 없었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은 신뢰가 안갔다. 자만추를 추구하던 나라서 그런지 3일정도 조금 보다가 어플을 삭제했다.

약간 뭐라고 해야하지, 내가 좋은 사람이면 좋은 사람이 올거라고 생각을 했기에 굽히고 싶지가 않았다. 어플로 만나는건 내가 용납을 못해.

나한테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 와중에 같이 스터디를 하게 된 사람은 부업도 하고 회사다니면서 열심히 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 남들은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왜 이따위로 사는걸까.



―일주일의 휴식


집으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내려온 시골집은 고즈넉 하고 한적했다. 마당에는 마당냥이들이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는데 마당에서 햇빛도 쬐고 가끔 애교도 부린다. 그리고 시골의 처마 밑에는 제비 가족도 다시 돌아왔다.


우리 부모님의 집은 어쩌면 이런 공간일지도 모른다. 따뜻해서 모든 것들이 돌아오는 공간.

제비도, 고양이도, 그리고 나도.

엄마는 한참 봄이라 꽃이피는 마당을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이 "돌아왔다"는 어감은 따뜻하고 포근해서 좋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우리집 마당에 카라반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아빠가 구매해서 차박을 할 생각으로 가져왔는데 매번 가지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 마당에 두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의 집은 모두 창호지 문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미팅을 할 때면 항상 나가있거나, 무슨 소리가 날까봐 무서워 하면서 미팅을 했는데 앞으로는 이 카라반 안에서 미팅을 할 수 있게 된거다.


아침이 되면 카라반으로 출근하기 위해 열쇠를 들고 전기줄을 연결하고 창문을 연다.

살랑살랑 바람도 불고 마당 벤치에서는 고양이가 테이블 위에서 카라반 안에있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우리집 막내아들 똘이(치와와)와 산책도 한다.

첫날에는 정말 불안했고 집중도 잘 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 그제서야 나는 나를 조금 내려놓고 힐링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밖에서 아주머니랑 이야기 하고나서 나에게 와서 딸래미 자랑했다고 말하는 엄마.

"프리랜서라서 집에도 일주일 있어도 되고 그래요. 지금도 미팅한다고 카라반에 갔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가도 가끔 못된 생각이 불쑥 튀어나온다.

'내가 지식 산업센터 투자를 안해서 지금 빚이 없었더라면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더 많이 해드리고 더 많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시도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새로운 리프레시의 준비, 그럼에도 결국 사람.


사람은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는 안된다.

왜냐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 쓸데없는 고민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위의 글을 읽어보면 몹시 순화한 내용들이기에 간략하게 적혀있지만 그냥 계속 누워서 생각하고 핸드폰하고 누워있고 미팅할 때 하고 업무 가끔 미루고 아주 쓸데없는 짓을 한거다.

실제로 기분이 정말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락 내리락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리막길이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프리랜서고, 돈도 나름 월급이상으로 벌고, 자유시간도 많은데 왜 우울해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확신하건데 모든 사람들은 이런 프태기 (프리랜서 권태기) 를 겪을 것 이다.

우리는 그동안 직장인으로써 필연적으로 사람들과 너무나 가까이 붙어있는 상황 속(직장, 학원, 스터디 등) 에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것에 익숙해 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업다운은 지극히 당연하다.

결국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끝이 있는 법.


다만 스스로의 노력은 필요하다.

아래는 내가 프태기를 벗어나기 위해 한 일들이다.


1. 업무 외에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공부팸을 찾을 것

2. 매 주 화요일 랜덤으로 영어 스피킹을 하는 스터디그룹에 들어간 것

3. 제주도 워케이션을 지원한 것 (우연히 봤는데 망설이지 않고 신청)

4. 집에 내려가서 안정을 취하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

5. 지인의 결혼식에 가서 친구들을 만날 것.


다행이 이 노력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들은 요즘 회사 시총으로 이야기를 하던데, 신기하기도 하고.

대학생 때와 사뭇 달라진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또 재미있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 때의 알고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을 그 순간의 나이로 돌려놓는 효과가 있다.


대학시절의 나는 열정과 호기심이 가득했기에 다시금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걱정이 되면 더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을.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7년 차 마케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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