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오지 않는 물건이 천지삐까리
휴가 기간의 해외여행을 제외하고
장기간의 해외 생활이 4번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쩜 이렇게 짐 싸는 것에 미숙하고 미숙할까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마구마구 준비하지 않고 와 버렸다
리스트를 작성하면 뭐 할 것인가
(그래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언제 네가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쯧쯧)
더구나 아프리카는 한인 상점도 없다
알면서도 이렇게 엉성하게 준비하고 출발하다니
일을 하면서 정신이 없었기도 했지만
솔직히 짐 싸는 것에 진심을 다하지 못했다
리스트도 생각나는 대로 작성한 것이고
부모님에게 늦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하는 순간 걱정과 근심만 하실 분들이라)
여전히 나는 이해를 못 하지만 말이다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심정인가
자식이 없는 나에게는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 보지만
이 모든 실수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을 두고 옷만 왜 그리 쌌는지
가지고 가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을 했는데
막상 현지에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캐리어 하나 반이 옷이다
이런 멍청한 짓을 내가 하고 말았다
정작 필요한 과도, 플라스틱 용기, 비닐팩, 잠깐 동안 사용할 세제, 수세미 그리고 믹서기
임시숙소에서 한동안 머무르기에 짐을 풀 수가 없다
더더욱이나 무게가 나가는 물건은 살 수가 없다
지금 있는 짐만으로도 이사할 때 이고 지고 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물건들은 왜 이리 많은지
비행 12시간 동안 고장 나거나 불량인 것들은 왜 이리 많은지
핸드폰이 살아 있음에 다행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언제나 현지에 오면 폰이 문제였기에
잠깐을 살아도 필요한 가짓수는 똑같다
조금 더 신중하고 신중하게 정리를 하고 짐을 싸야 했다
지금 가지고 온 물건 중 반 이상은 필요가 없는 것 같고
필요한 것들은 모두 한국에 두고 온 이 미련함을 어찌하면 좋을까
물론 이곳에서도 돈만 있음 다 구입할 수 있다
아주 많이 비싸기 때문에 한 달 받는 생활비로는 공산품이나 가전제품은 포기해야 한다
먹는 걸 포기할 수 없으니 말이다
(엄청 먹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나... 아니다 엄청 먹고 있다 식욕 폭발......)
그나마 열대과일은 싸서(한국보다 받는 생활비에 비하면 그리 싼 것도 아니다)
어제는 계란 10개를 계산하지 못했으니까.....
90 비르 한국돈으로 2,300 정도 되는 돈에 벌벌 떨었다
과일도 아무래도 바가지 쓴 느낌이다
망고 1개, 토마토 1개, 아보카도 1개에 100 비르
아무래도 바가지 인 게 맞다
첫날 망고, 토마토, 아보카도, 오이까지 구입했는데 45 비르였다
한국인이 돈이 많아 보였나 보다
무게도 안 재고 그냥 100을 부르길래
사실 혼자 갔으면 안 산다고 하고 그냥 왔을 것이다
함께 간 동료가 있어서 눈치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계산하고 말았다
물론 비싸다고 체스처를 취했으나.... 먹히지 않았다(안 샀어야 했어 상태도 좋지 않았다)
역시 아니다 싶으면 하지 말아야 했어
수요일 이사이지만 다시는 그 과일가게에 가지 않을 것 같다(아니 안 갈 거다)
대형마트에 가서 구입하는 게 차라리 속을 일은 없으니 마음은 편할 것 같다
월요일에는 사무실 근처 마트에 다시 가봐야겠다(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산책 겸)
하루 만보 걷기 그리 어렵지 않다
아침 산책과 점심에 마트 정도 다녀오면
호텔은 유럽스타일로 G과 존재한다.
G와 1층 사이 하나가 더 있다(뭘까) 그리고 시작되는 1층 나는 4층에 거주한다. 사실상 6층이다.
하루 두세 번 오르락내리락거리면 만보 정도야 껌이지
주말이라 산책은 오후에 했다
맥주를 마시고 싶었으나
돈을 갖고 가지 않았기에 패스
맥주도 싸지 않아... 병을 갖고 가면 병 값을 빼준다고 한다
가장 좋고 싼 건 역시 커피
1달러의 행복이랄까
이사 가면 원두 빈을 사서 집에서 내려 마셔야지
물론 카페도 종종 갈 건 같다
오늘은 반성의 글쓰기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여전히 실수를 하고 여전히 서툰 나
그래서 오늘은 내가 좀 많이 싫다
평소에는 조금 싫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