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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정 Aug 17. 2022

달걀 하나가 쏟아올린 우울감

단백질 섭취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식품 달걀

달걀 한개 12birr (약 302원)

300원 큰돈일까 아닐까?

큰 돈의 의미는 상대적인 것이다


이전 숙소는 계란 1개의 가격이 10 비르(birr) 였다

2Birr가 껑충 

당근 달걀 김밥을 만들겠다고 대량으로 구입하기 전까지는

사실 소량을 살 때는 특별한 감흥이 없다(보통 소량으로 구입)


20Birr의 차이

나의 최근 핫플이자 아지트인 릴리 커피 한잔 값 차이가 난다

20비르로 하루를 힐링하는 나에게

달걀 가격은 만만치 않은 가격일 수도 있지 않을까? 

원래 명품백은 척척 들고 다니면서

시장가서 콩나물 가격 깍는다고 하잖아(남 이야기다)

나에게 명품백은 아니 명품은 향수와 대학교때 선물받았으나 

화장실에서 잃어버린(누군가의 손으로 가버린) 프라다 지갑 정도이다


3일 전 소량의 달걀을 사서 삶았다

언제나처럼 타이머를 이용한다

고지대로 끓는점이 낮기도 하지만

타이머로 인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TV를 보면서 컴퓨터를 하면서 정신줄을 살짝 놓아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으나

이상함을 감지했다

포트 속에 있어야 할 달걀이 사라졌다

껍질만이 반으로 분해 되어 동동 더 있을 뿐이었다

3개월 동안 달걀을 삶으면서 처음 목격한 장면이다


흰자도 노른자도 형체가 없이 소멸되었다

이미 포트 주변은 물이 범람한 상태


그때부터였다

아무 생각없이

주변을 정리하고

깨진 달걀 껍질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그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화가 나지도 않았고

웃기지도 않는 상태

무념무상의 상태

멍한 상태가 지난 후

갑자기 밀려오는 우울감


우울감인지 허무함이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이러고 있는지

계란이 붕괴한 상황처럼

나 자신이 붕괴되는 느낌이었다


정신이 붕괴되기 전

신체가 몸뚱이가 먼저 붕괴되었기 때문일까

정신이 붕괴되어 몸으로 증상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까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상적인 곳이 없는 상태이다보니


웃으면서 넘어 갈 수 있었던

달걀 붕괴 사고가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30분간 붕괴 직전으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 한 순간

허리의 통증과 함께 저 멀리 있던 발끝의 찌릿함을 느끼면서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이러고 있을 수 없다

당장 나가야 한다


밖으로 탈출

숙소 옆 다행일까

척추병원이 있었다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3일정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2900 Birr

달걀 12Birr에 비하면 엄청난 가격이지만

나의 허리만 무사 할 수 있다면

생활비가 비록 바닥을 보일지라도

달걀을 풍족하게 먹을 수 없더라고

신체가 건강하고 정신이 온전해야 하기에


명품백 아니 가죽백은 못 사더라도

병원 플렉스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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