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윤기
주연 임수정, 현빈, 김지수, 하정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영화이다
메인 포스터보다 빗물에 적은 창문 사이로 두 남녀가 갇힌 사진이 좋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일본 작가 이노우에 아레노의 단편소설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 가 원작이다
밀폐된 공간 또는 폐쇄된 공간
자동차 안 그리고 남편이 직접 설계한 집에서 5년 된 부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여전히 건축가이다)
밀폐되고 날씨에 의해 갇혀버린 공간에서 부부는 태연하게 이별을 준비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여자는 다른 남자가 있음을 고백하고 이별을 말한다.
차를 세울 생각이 전혀 없는 남편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건조한 목소리
이별과 잘 어울리는 것 중 하나는 비이다.
비 오는 날 5년 된 부부는 헤어질 준비를 한다
나이스 할 것만 같았던 그들 사이에 점점 빗물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자신이 설계한 집이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빗물이 차기 시작한다
빗물은 그들의 추억과 기억을 조심스럽게 끄집어낸다
밀폐된 공간에서 두 남녀는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계속 움직인다
능동적인 움직이기보다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수직, 수평론은 일대종사에서 처럼 승자와 패자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승자와 패자도 아닌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부부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계단만 오르락 내리락한다
밀폐된 공간은 부부에게는 익숙한 공간이자 낯선 공간이다
구석구석 손 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는 공간이지만, 창문 하나 제대로 닫을 수 없는 버거운 공간이다
그들은 폐쇄된 공간에서 벗어나 수평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비 오는 날 커피는 더 맛있다
저기압인 상태에서 커피의 향이 쉽게 날아가지 않아 더 깊은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비 오는 날 남편이 직접 내려준 드립 커피는 더 맛있을 수밖에 없다
빗속을 뚫고 들어온 침입자들
아내가 남편에게 상처를 남기 듯 작은 새끼 고양이가 집으로 침입해 남편에게 상처를 남긴다
겁먹은 고양이는 깊이 숨어버린다
이윽고 고양이의 주인인 또 다른 부부가 고양이가 창문으로 들어오듯 창문을 통해 침입한다
축구 중계방송만이 빗소리와 뒤엉켜 소음을 일으키고 있던 집은 고양이 한 마리로 소란스럽다
주인이 와도 나오지 않던 고양이는 모두가 떠난 후 엔쵸 냄새에 모습을 드러낸다
남편이 해주는 파스타가 더 맛있다
5년 동안의 부부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에서 알 수 있다
착한 남편, 감정의 높낮이가 없는 모습이 아내를 지치게 한다
마지막 만찬이 비로 이내 취소된다
그들은 파스타로 저녁을 해결하려 한다
파스타 또한 아내보다는 남편이 더 잘한다
지금까지 담담한 남편은 양파로 인해 나약해진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남편이 자주 하는 말
아내가 고양이를 바라보며 자신에게 말한다
괜찮아 괜찮아 질 거야
지금의 생활 아님 헤어진 후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