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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정 Apr 11. 2023

4월...

4월

나와 상관 없는 사람인데

사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인터넷 창에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을 보는 순간

다시 떠오르는 

4월의 그날,

그녀의 마지막이 10년 전 후배의 마지막과 닮았기에


4월

시작과 동시에 장국영이 떠났다

장국영 매염방을 좋아하는 나에게 

4월 1일은 이제 만우절이 아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카시아 향이 가득한

민들레가 날리는 

4월 어느날

후배 역시 스스로 자신의 끝을 선택했다


가까이에서 후배의 짐을 정리하고 가족들을 만나야 하는 입장에 있던 난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할 겨르이 없을 법한 가족들이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몇번이고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참으려 안간 힘을 써야 했다

떠난 후배보다 남겨진 가족의 모습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후배는 충동적이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주변 정리도 하지 않았다

유서도 간결했으며 컴퓨터 노트창에 몇자를 남겼을 뿐이었다

1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글귀가 잊혀지지 않는다

자신의 떠남을 

슬퍼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이기적인 행동이었기에

물론 힘든 순간 함께 해주지 못한 미안함도 있었으나

그보다는 원망이 더 크게 자리했다


나에게 힘든 순간은 남겨진 이들과의 만남이었다


장국영을 떠나보내고 암투병 중에 있던 매염방의 울부짐을 보는 순간

살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는 친구를 두고

홀연히 떠나버렸다(당시에는 원망을 했던 것 같다)

무엇이 과연 당신을 힘들게 했을까

살고자 하는 이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하는 이를 두고


순간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순간 찬란의 한 순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죽을 만큼 힘들어서가 아니라

잠시 잠깐 그냥 놓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4월

햇살이 뽀송뽀송 따뜻한 바람이 불고

시간이 멈춘 듯 하지만

바람에 아카시아 잎들이 살랑 살랑 거리면서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은은한 향과 함께 나혼자만이 존재하는 그 순간

주말, 기숙사는 조용하다

옅은 햇살이 살짝 스치는 순간

잠시 놓고 싶은 마음이 왔다 갔다


4월

누군가의 떠남이

누군가의 떠남을 기억하게 한다


모두들 안녕한가요

천당과 지옥을 믿지 않지만

스스로 선택한 당신들의 길은

지금 어떤가요

이 물음에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걸 알면서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편이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원더풀라이프다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곳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나에게

영화는 말한다

지금을 잘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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