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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정 Apr 16. 2023

운동이 사라진 삶

인생 최고 몸무게 

아니다

20대 이후 최고 몸무게를 찍어버렸다


디지털 체중계

진짜 일리 없어~

다시 한번 올라갔으나

진짜다....실화다...현실이다


에티오피아 틈만 나면 걸었다

워낙 걷는 삶을 좋아했기에

특별할 것도 없이 당연하듯

걸었다

만보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웠다(살찌는 지름길)


중국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캄보디아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유럽여행에서도 걷고 걸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보다 

많은 경험과 많은 것을 보고 만날 수 있었다


걷는다는 행위는

결과 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걷는 중에 만나고 스치는 찰라의 순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 지나쳐가지 않는 그 모든 것들


이상하게도 한국에 오면 많이 걷지를 않는다

0걸음은 아니지만 방구석에서 걷는건 빼야 하니

대문 현관문을 열지 않는 날들이 더 많다


출근을 해도 주말은 여전히 걷지 않는다

처음은 겨울이라(추울걸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여행은 겨울에 다녀왔다

눈물이 날만큼 좋았다(진짜 눈물이 나왔다)...

추위조차도 좋았다


봄이 오면 걸을거라 생각했다

오늘도 수십번 나가자를 외쳤다

끝내는 포기


평일이라도 열심히 걸어야 하는데

점심먹고 걷기를 시도하려 했으나

이틀하고 멈췄다

일하면서 계속 앉아 있으면서

점심때는 아예 자리 깔고 앉아버렸다

(양말까지 벗고, 양말 신고 있는 것 좋아하지 않는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 양말 벗기)


에티오피아에서 나를 만난 사람들은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나가는것을 좋아하던 나

집구석에 있지 않았던 나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더 많았지만)


눈만 뜨면 나가서 밥먹을 때 들어와서 밥먹고

다시 나가서 다시 밥먹을 때 들어왔다

드라마 영화를 볼 시간도 많았지만

볼 시간이 없었다 걷느라....


사람이 이렇게 쉽게 변하는가라는 생각에

조금 오싹해지기도 한다


쉽게 변한다는 건

희망적이기도 하다


다시 변할 수 있으니까

다시 바뀔 수 있으니까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서 

나이든 몸무게든 움직임이 더디다

변화가 쉽지 않다

라고 쓰고 핑계라는 단어가 스쳤다


핑계다

어디서든 쉽게 적응하고 

어디서든 쉽게 변한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지금은 변화해야 할 시간이다

탈모를 핑계로

피곤함을 핑계로

더 이상 나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길 바란다


운동이 사라진 삶은

숨 쉬기 힘든 뱃살과

허리 통증을 동반한다

잘 알면서 쉽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내가 표본이다

중요한 것은 쉽게 잊어버린다


운동이 사라진 삶

더 이상 먹는 것으로 채우지 말기 바란다


엘로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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