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난 음식을 먹고 나오는 빈그릇을 재깍재깍 치운다
바로 설거지를 한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하자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에
음식을 만들면서, 동시에 설거지를 한다
실제, 식사를 마치고 나면, 딱 빈 그릇만 남는다
음식이 몸속에 들어가 위에 도착하기 전에
난 이미 엉덩이를 들고 싱크대로 향한다
식사 시간만이 아니라, 차를 마실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싱크대 안에 음식을 쌓아 두는 일을 용납하지 못한다
특별히 설거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음식을 다 먹고 싱크대에 넣어 두자니
볼일을 보고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듯
찜찜하다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
예전 자취하는 여자인 후배 원룸에 자주 놀러 갔었다
그녀는 패션과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다
먹는 것도 좋아한다 미식가이면서, 대식가였다
그런 그 여자의 원룸에는 언제나 싱크대가 터져나갈 듯
설거지를 기다리는 빈그릇과 컵, 식기도구들이 가득했다
심지어 퍼런색의 울긋불긋 꽃이 피어 있었던 빈그릇도 있었다
친한 후배이기에 할 말은 많았지만 참을 인 3번을 되새기며 꾹 참았다
그리고 소매를 걷어올리고 설거지를 했다
당장 차를 마실 컵이 없다는 핑계로 말이다
종이컵도 있었기에 굳이 설거지를 할 필요는 없었다
저 그릇들을 그대로 방치하자니, 병에 걸릴 수 도 있다는 생각에
후배를 사랑하는 선배의 마음으로 단, 고무장갑을 장착하고 말이다
난 설거지할 때 고무장갑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뽀득뽀득한 그릇의 상쾌함을 손으로 직접 느끼기 위함이기도 하고
고무장갑의 고무 냄새가 싫기도 하다
그 결과 손은 항상 건조하고 여린 개나리 손이기 보다는 걸쭉한 막걸리 손이다
손이 걸쭉해지더라도 설거지를 멈출 수는 없다
삼시 세끼에서 이서진이 설거지를 끙끙 냄새까지 맡으면서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결벽증은 아니다
다만, 벌린 일을 끝맺지 않음이 자꾸 뒤돌아 보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편하게 쉴 수 없는 느낌이다
잠시 외면하고 싶을 때도 있다 모른 척 누군가에게 떠밀고 싶을 때도 분명 있다
화려하게 화장을 하고 외출 후 귀가 후에 그대로 잠을 잘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뾰두라지가 나를 맞이할 테니 말이다)
음식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는 것은 맛있게 음식을 먹고 난 후 그릇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다음에 또 맛있는 음식을 맛깔나게 보일 수 있도록 담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난 설거지를 아낌없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