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문, 조선의 아이덴티티
인간의 추상적인 사고 혹은 사물의 모습을 표현하는 그래픽적 표현을 우리는 심볼(symbol)이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 로고 디자인은 브랜드와 기업의 상징으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의 심볼로서, 숫자와 픽토그램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담는 역할로서 활용되고 있다. 로고 디자인의 경우 선사시대 부족이나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표시를 해 두었던 사례, 또는 그들의 소유하고 있던 가축의 소유권을 나타내기 위해 불도장을 찍은 관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심볼은 과거 선사시대에서 시작하여 현대 사회에 이르기 까지, 인간과 인간의 의사소통과 정신이 발달함에 따라 점점 더 언어 전달에 집중되었으며, 지난 수세기를 거치면서 문자에 의해 시각적으로 고착되었다. 국어국문학 자료 사전에는 심볼은 넓은 의미로 모든 언어가 일종의 상징이며, 사물만을 가리키는 이미지(image)와 다르게 심볼은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암시한다고 정의하였다. 즉, 심볼은 집단의 특성을 표현하는데 축약된 언어로서, 단체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서양과 동양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심볼의 형태를 만들어왔다. <그림 01>과 같이 중세시대 서양에서는 각 가문 및 도시의 정체성을 위한 ‘가문의 문장(coat of arms)’을 사용했다. 이는 가문의 문장은 봉건주의 사회에서 영토를 소유한 지주 및 귀족 계급들만의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엄격하게 계급화된 봉건사회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문화였다.
[그림 02]는 일본의 중세시대부터 만들어진 지배계층 및 사무라이 가문의 문양입니다. 이는 12세기 봉건 사회인 일본에서는 각 가문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문장을 ‘가몬(家門, かもん)’이라고 불렸다. 가몬은 서양의 문장과 다르게 원 안에 독특한 상징을 담았고, 군사적인 상징이나 동물의 상징 또는 식물을 상징하는 문양을 그려 넣었고, 주로 장남들은 가몬을 이어받고 다른 형제들은 기본 형태를 조금 변형한 가문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가문의 문장은 단체를 구분 짓게 하는 그래픽 요소이며, 상징적인 요소를 사용하여 단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심볼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땠을까? 사극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심볼이 존재했던가 하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을 보면 군복을 통해 한중일의 문화를 구분한 기억은 있다만, 심볼이 명확한 경우가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고려시대에 사용되었던 의장기와 조선시대의 어기(御旗)를 보았을 때, 국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찾기가 어렵다. 이는 유럽과 일본의 중세시대가 봉건국가로서 각 영주의 힘이 강했던 국가 시스템과 달리, 하나의 통합된 왕국으로서 존재했던 고려와 조선시대의 시스템과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태극기가 제작된 이유도 1876년 강화도 조약이 계기가 되었던 '운요호 사건'을 통해 국기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 태극기가 제작되었던 '대한제국'시절에 재미있는 심볼이 하나 있다. 이는 대한제국의 국장으로 사용된 '이화문(李花紋)' 심볼이다.
이화문은 문자 그대로 조선왕실과 대한제국 황실 가문인 '전주 이씨' 왕가의 꽃문양이라는 뜻이다. 왕가를 상징하는 문장으로서 자두(이화) 꽃을 나타내는 심볼이다. 순수 우리말로서 자두꽃을 상징하는 '오얏'을 사용하여 '오얏문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공식적 도안화된 것은 대한제국 시기였다. 프랑스 백합과 일본의 국화 문장처럼 황실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대한제국 시기에 국가적 아이덴티티가 부여되는 사물과 건물, 장소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궁전과 동전 그리고 문서 등에서 이화문이 사용된 문화재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의 이화문은 베리에이션도 다양했다. 꽃 술이 없는 것, 3개의 잎, 5개의 잎 있는 심볼로 있었습니다. 또 한 겹꽃잎이 추가된 문양으로도 사용되었고, 서양의 문장들과 같이 월계수를 두른 형태의 문장도 있었다. 이화문은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와 함께 근대 주권국가로서의 심볼로서 디자인적으로도 중요한 의의가 있는 문장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에 따라 민주 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따라서 왕실이 존재하지 않는 시점에서 이화문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까? 종묘제례악과 같은 조선시대의 유, 무형 행사가 현재에도 이어지는 현대사회 모순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점은 없을까?
이는 우리나라의 과거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정체성의 확립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많은 연구에서도 나타난 부분이다.
'강력한 시간 아이덴티티는 아이덴티티에 응집력과 구조를 제공해 아이덴티티를 인식하고 기억하기 쉽도록 시각적 상진의 존재는 브랜드 개발의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상징을 아이덴티티의 한 부분으로 격상시켜 그 잠재적인 힘을 반영하는 '역사적 스토리를 담은 심볼'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는 상징이 추상적 개념에 대한 표출 및 함축의 의미를 가짐으로써 사람들을 집단 동원하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타 국가와의 차별성을 가짐으로써 단체의 정체성 표현 가능할 뿐 아니라, 문화적 단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Erickson은 '자기인식(다른 사람과 구분 짓는 것)'과 '타자 인식(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식되는 것)'의 동일화가 한 개인을 구분 짓는 아이덴티티의 중요한 개념임을 주장하였으며, 이는 개인, 단체, 조직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에까지 적용되는 개념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하였다.
영국의 경우는 현재의 유니언잭 형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왔다. 영국을 이루는 4개의 국가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국가적 아이덴티티가 통합되어 이루어진 형태다. 즉, 영국이 영문자 그대로 'United Kingdom'를 상징하는 심볼이다. 이러한 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과연 많을까?
이렇듯, 이화문이 조선시대와 관련된 유. 무형 문화재와 이벤트에 통합된 심볼로서 활용되고 과거 문화에 대한 스토리를 담는 디자인으로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작은 상상을 하게 되었다.
상기의 [그림 09]와 같이 이화문이 현재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존재한다는 것은 통합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디자이너로서 통합적인 가이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사를 했다.
현재 많은 국가와 정부에서는 다양하게 사용되는 아이덴티티를 통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림 10]와 같이 네덜란드는 각 정부 부처마다 혼잡하게 심볼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네덜란드 정부는 네덜란드 왕실의 문양을 중심으로 각 정부 부처의 심볼을 하나로 통합을 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또한 [그림 11]에서는 네덜란드와 비슷하게 통합된 심볼로 정부 부처의 마크를 통합한 독일과 캐나다의 사례가 있었고, 영국은 다양한 정부 부처의 심볼을 하나의 범주로 느낄 수 있도록 컬러와 라인을 동일하게 활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또한 미국은 정부 부처의 마크를 동일한 사이즈의 원형에 응용하는 방향으로서 통합방향으로 응용되고 있다.
[그림 12]를 보면 우리나라도 최근 국가 정부 부처의 통합을 이루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공감하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미래 비전을 담기 위한 프로젝트였고, 우리 국민들이 하나 되고 우리나라가 더욱 번영하는 소중한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글을 작성하며, 하나의 심볼은 하나의 문화로서 정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심볼은 시대의 철학을 담은 그래픽의 상징물이 아닐까?
산업화로 가속화되는 물질문명 사회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제품과 언제든 쉽게 등장하는 신제품에 대해서 우리는 '최초'나 '최신'을 추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새롭고 신기한 디자인을 가장 먼저 접하고 싶다는 순수한 욕구 외에도, 우리에게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강력한 아이덴티티의 사조를 적극 수용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존재한다. 마치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표어처럼!
이렇듯 시대의 철학 내지는 정신(zeitgeist)을 담은 '이화문'은 하나의 왕조는 유한하나 문화는 무한할 수 있다는 심볼로서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는 우리의 전통을 디자인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윤하 디자이너 공저
참조문헌
기호의 제국(롤랑 바르트)
나음보다 다름(홍성태, 조수용)
시크릿 코드, 기호, 상징, 암호 그리고 비밀스러운 메시지의 세계 (풀 룬드)
인간과 기호(아드리안 프루티거)
ZERO(마쓰다 유키마사)
The elements of Japanese design (John Dower)
참조 논문
데이비드 아커(1997),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드 경영, 브랜드 앤 컴퍼니
조동성 & 김보영(2006), 21세기 뉴르세상스시대의 디자인 혁명, 한스미디어, 2006, p151-152
송인희(2013), 대한제국기 황실 공예품에 나타난 이화 문의 변화, 호서사학회, 역사와 담론(67), pp.311-361.
손일권(2003), ‘브랜드 아이덴티티’, 서울: 경영정신, pp261-262.
이소영(2008), 도시 브랜딩 성공전략, G-Economy 21, pp16-17
이미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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