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공유하는 기부 아이디어
2011년, 소말리아 해적이 국군에 의해 소탕되고 부산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죠. 이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18살의 해적 '아울 브랄라트'가 변호사를 통해 밝힌 희망사항이었습니다.
그는 소말리아는 살아가기 너무 힘들기 때문에 형 집행 후 한국인으로 살아가게 허락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야기 중 죗값을 치르고 나면 잘 사는 한국에서 어릴 적 못 다한 공부를 하며 살고 싶다는 의견이 제게는 무척 흥미롭게 들렸습니다.
해적들이 살던 소말리아는 하루하루 생존하기 힘든 최빈국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러한 소말리아에서 해적들은 생존을 위해 해적이 된 것이겠지요.
특히 소말리아는 내전 중이기 때문에 미약한 산업 기반마저 무너진 상황이라, 해적 노략질이 국가 기반 산업처럼 성장해가게 된 거죠. 실제로 해적들이 약 1년 동안 3000만 달러(300억 원) 이상의 수입을 낼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부부터 군벌까지 해적 사업에 뛰어들어 규모다 커지게 된 것이죠. 해적이 안되면 내전으로 죽거나, 일자리가 없어 굶어 죽을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평화로운 곳이겠네요. 힘든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귀화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에서 탈출해 새터민이 되는 사례를 쉽게 떠올릴 수 있겠네요.
이렇게 귀화하는 사람들의 성공 신화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생존 문제 때문에 하지 못했던 공부를 뒤늦게 시작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 말은 공부할 기회가 있다면 늦게 출발한 그들도 충분히 잘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저는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영화 '선생님의 일기'를 보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 위에 만들어진 학교에서 학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죠.
영화 중 주인공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최소한 기초교육을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학용품조차 변변찮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생기게도 됩니다.
넬슨 만델라는 '교육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Education is the most powerful weapon which you can use to change the world)'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소말리아 해적들도 공부를 할 수 있는 평화로운 환경이었다면, 그들의 세상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생존 문제로 정규 교육을 받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생각에 도움을 준 것은 탐스(Toms) 신발의 히스토리였습니다. 착한 아이디어가 이루어낸 성공과 기부를 실천한 탐스 슈즈의 성공기지요.
탐스의 창업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빈부격차가 심한 아르헨티나 여행 중, 빈민가에서 맨발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하기 위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아르헨티나 전통 신발인 '알 파르카나' 신발을 모델 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는 소비자가 한 켤레를 구입할 때 어려운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아이디어를 도입했죠.
탐스처럼 구매와 동시에 기부를 하는 연결할 방법은 없을까. 저는 신발 대신 공부를 도와줄 도구인 연필을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연필 구매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필을 구매하면,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연필을 기부해준다는 접근은 부담이 없을 것 같았죠. 이를 정리한 내용 아래와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기 귀찮으셨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조차 부러운 투정일 거예요.
가난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생존 문제로 공부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존문제로 해적이 되는 아이들을 보세요.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새싹인데 말이죠. 그들은 기초 교육을 받기 위한 도구조차 없는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매일 생사를 해결하기 위한 사투로 공부를 포기하게 됩니다. 때문에 훌륭한 사람들이 탄생할 확률은 다른 나라 보디도 낮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발전은 느려지고, 가난은 대물림될 것입니다. 마치 이는 탈출하기 어려운 가난의 감옥과 같습니다. 저는 공부가 가난의 감옥에서 탈출시켜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연필을 기부하고자 합니다.
기부한 연필을 사용할수록 아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써내려 갈 것입니다. 세상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 감옥 연필(prison pencil)을 구매해주세요.
이 프로젝트의 타이틀은 감옥 연필(prison pencil)입니다. 연필을 사용할수록 감옥에서 탈출한다는 경험을 보여주고자 정한 타이틀이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연필을 한 칸씩 비워두며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배치된 연필은 감옥의 창살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연필 한 자루를 구매하면 한 자루가 기부된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래서 한 타스에 연필이 반 밖에 없는 상황의 정당성을 부여했죠.
연필을 꺼내서 사용하게 되면, 감옥 창살처럼 배치한 연필이 사라지면서 패키지에 그려진 아이를 더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을 감옥에서 탈출시키자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많은 고난을 겪었습니다. 특히 6.25 전쟁을 겪고난 직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최빈국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진 않았을까요? 소말리아의 해적처럼 하루하루 생존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지 모릅니다.
마이클 밴튼(Michael Benton) 교수는 많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며, 이런 것을 발견하는 것이 공부의 즐거움이라 하였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풍족한 세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즐겁다고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말리아 해적들에게는 우리나라같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공부하는 모습마저 부러워한 게 아닐까요.
과거 뉴스를 통해 본 소말리아 해적은 영화에서 볼법한 악당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상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그들의 발언은 예상밖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현실 속 이슈를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기도 하죠. 일요일 아침의 서프라이즈 방송이 장수 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죠. 이렇듯 현실 속 생각 외의 이야기가 크리에이티브로 연결되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Prison Pencil Package (2011)
Multiple Owners : Heegeun Yoon, Junki Jung
ADAA 2011 Packaging design, semi fin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