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아이디어
제 가까운 친구 중 다수는 흡연자입니다. 그래서 카페를 가는 것을 즐거워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카페 내부에 흡연구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친구들은 흡연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몇 카페에서는 성냥을 무료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성냥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무료로 성냥을 제공하는 카페만 가기를 고집했죠. 이유는 라이터보다 성냥으로 피는 담배가 맛있기 때문이었죠. 라이터 값을 아끼려고 한 거 같지만...
이러한 성냥은 과거에 생각보다 귀중한 도구 중 하나였습니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는 근검절약을 위한 포스터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소재기도 했죠. 과거에는 성냥 하나로 두 세명이 담뱃불을 붙이기도 했었습니다.
이러한 성냥은 1827년 영국의 J. 워커(Walker, J.)가 염소산칼륨과 황화 안티 모니를 기반으로 발화를 일으키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후, 백린을 사용하여 마찰을 일으키는 성냥이 제조되어 실용화되었고, 1848년에 들어서 해가 없는 안전한 성냥으로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서바이벌을 위해 개발된 성냥은 자체 산화제가 혼합된 재료를 기반으로 하여 공기가 없어도 잘 탈 수 있게 발전되었죠.
사실 라이터가 대중화된 현대 사회에서 성냥은 중요한 물자입니다.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에서는, 전기가 나갈 경우를 대비해서 성냥을 집에 구비해둔다고 합니다. 이러한 서바이벌 상황에서 성냥은 매력적인 소품이죠. 부싯돌로 불을 켠다 생각해보면, 성냥이 얼마나 실용적인지 아실 거예요.
카페의 상황으로 돌아와서, 카페에서 제공하는 무료 성냥갑에는 스무 개 남짓한 성냥개비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한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제법 많은 성냥들이 재떨이에 버려져 있습니다.
성냥을 무료로 받아 사용했기 때문일까요? 아깝다는 생각 없이 쉽게 사용하게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성냥개비가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하나의 성냥개비를 만들기 위해서 소비되는 나무를 떠올려보세요. 알게 모르게 낭비를 하면 언젠가 나무가 부족해지지 않을까요? 가뜩이나 나무를 무분별하게 벌목하여 환경 문제가 일어나는 중인데 말이죠.
사실 성냥개비의 사용 낭비로 크나큰 환경 문제가 일어날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하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작은 행동이 나비효과처럼 크나큰 문제로 이어질 확률은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의 경각심을 전달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한 번 사용 후 버려지는 성냥개비의 작은 낭비가 곧 큰 문제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의식이 아이디어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회성 사용이 만드는 환경 파괴의 이슈를 쉽게 전달할 수단으로 말이죠.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성냥을 사용할 때마다 낭비가 된다는 이야기를 담을 방법은 없을까?
리서치를 하며 발견 [그림 03]과 같은 성냥을 발견했었습니다. 성냥 상단부를 녹색으로 활용하여 나무처럼 보이게 만든 사례입니다.
이러한 접근으로 디자인한 성냥은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만으로 부족한 게 있기 마련이죠. 이보다 강력하게 나무를 직접 벌목하는 경험을 주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패키지를 활용했습니다. 실제 나무를 뽑는 것과 같은 경험을 주기 위해서 말이죠. 패키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레이션은 흙 밑으로 뿌리내린 나무의 부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뿌리 위에 성냥을 꽂아서 나무가 서있는 것처럼 보이게 디자인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당신은 성냥개비를 사용한 경험이 있습니까? 요즘 사회에서는 성냥개비를 찾기 어렵습니다. 라이터가 대중화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도 성냥개비는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전일 때, 사용하기 가장 편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커피, 숙소, 옛날 음식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로 담배를 피울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성냥은 무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재떨이에 버려지는 여러 성냥개비를 보면, 무료기 때문에 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낭비가 언젠가는 나무가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성냥 하나에도 귀중함을 느끼고, 나무가 낭비가 되는 것을 깨닫는다면, 낭비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성냥 하나를 사용하는 습관에서도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푸른 산과 자연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주세요.
이러한 내용으로 접근한 최종 디자인 결과물은 이렇습니다.
성냥을 사용할수록 허허벌판이 되는 경험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다행히 주변 친구는 성냥 쓰는 것을 아까워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흡연자가 성냥을 쓰는 걸 아까워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자주 쓰이는 물건들은 흔하고 반복되는 경험 때문에, 오히려 작은 변화에서 큰 재미를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성냥이란 일상의 소재에 작은 변화를 주고자 한 것이 심사위원에게 잘 어필된 것 같아 다행이랄까요?
이처럼 특별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기보다, 사람들이 가진 낭비하는 습관을 변하게 하려는 도전이 잘 전달되어 수상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1회용 라이터와 가스레인지의 등장으로 성냥개비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주로 생일 축하를 위해 케이크를 구매하며 받는 소품이거나, 식당이나 다방, 모텔 등 홍보물로 사용되고 있죠.
그렇다 보니, 가끔 고깃집에서 마주치는 옛날 성냥갑을 마주하면, 어릴 적의 추억의 한 페이지가 사라져 가는 쓸쓸함이 들기도 합니다.
2017년, 성냥의 사용빈도가 점차 낮아지다 보니 국내 마지막 성냥공장이 70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언젠가는 성냥을 부활하자는 아이디어로 디자인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Root match (2012)
Multiple Owners : Heegeun Yoon, Hyeryung Kim, Seora Kim
ADAA 2013 Packaging design, Semi Fin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