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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Dec 02. 2017

공모전 도전기(1), 한 잔에 담는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에 대한 경각심을 위한 아이디어

이 수상작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고민과 이를 풀어나가기 위한 스토리텔링(stroy telling)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수상작입니다.


앞서 이야기를 했듯, 국제 디자인 공모전은 명확한 문제의 상황을 던져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보고 들었던 다양한 경험에서 시작하게 되죠.


이 아이디어는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감상 후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기상 변화로 이어지는 자연재해가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킬리만자로, 히말라야, 알프스, 파타고니아와 같은 빙하와 만년설이 기상 이변으로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생태계 파괴로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었죠.

 

실제로 우리나라 장마철에 들리는 뉴스에서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홍수의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우리의 삶의 터전을 위협할 거라는 다큐멘터리 내용에 공감을 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최악의 장마철은 2011년이었습니다. 당시 어마어마한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고, 자동차는 물에 잠기고, 도로는 무참히 파괴되었습니다.


[그림 01] 홍수가 만든 도시의 피해 상황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인간뿐 아니라, 지구 상 많은 생명체가 멸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끔찍한 상황에 대해서 자각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에서 본 내용과, 장마철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짧은 시간에 해수면 상승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죠.




나사(NASA)는 해수면 상승 재앙이 기존 최악 시나리오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르면 100년, 늦으면 200년 안에 해수면이 1m 이상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도쿄나 싱가포르와 같은 세계 주요 도시들은 물에 잠겨버릴 것이라 하더군요.

[그림 02] 지구 온난화 인포그래피 (구글 참조)

이는 NASA에서 최신 데이터들을 근거하여, 미국 대학의 주요 전문가들과 공동 분석한 결과라고 합니다. 20세기 백 년 동안 지구 해수면의 상승폭은 약 20cm 이상이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속도는 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NASA의 지구과학부 책임자인 '마이클 프라이리히'는 해수면 상승은 세계 도시 문명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그림 02]와 같우리가 아는 많은 국가의 도시들이 물에 잠겨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죠. 이렇듯  해수면 상승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속된다면, 향후 백 년 안에 도시뿐 아니라 인류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지 모르겠네요.




해수면 상승은 이렇듯 도시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재앙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도 도시가 물에 잠긴 상황을 경험해 본 사람은 극히 드물 겁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살아생전 경험하지 못할 일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죠.


저는 이러한 문제를 전달하는 데 있어, 베네치아를 떠올렸습니다. 베네치아는 모두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물 위의 도시이기 때문이죠. 해수면이 조금만 상승해도 베네치아와 같은 아름다운 도시는 물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역사와 함께 말이죠.


[그림 03]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야경

이 아름다운 도시와 유구한 역사가 물에 잠긴다면, 소설 속에서 듣던 아틀란티스와 같이 물속에서 영영 잠들지 않을까요? 이렇듯 누구든 보고 들었던 경험 속 소재를 꺼내면 상상이 쉬워지죠. 하지만 이러한 소재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나 한글로 전달하기도 어려운데, 국제 공모전에서는 영어로 전달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번에 이해시키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설명 없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림 04] 스타벅스 일회용 컵에 담긴 라떼의 모습

이 고민을 풀었던 것은 친구들과 커피를 주문했을 때입니다. 저는 아이스 라테를 주문했습니다. 번호가 호명되자 저는 커피를 받으러 갔습니다. 일회용 컵에 종이 홀더가 없는 상태로 나왔습니다. 재미있게도 투명한 1회용 컵의 특정 라인에 커피와 우유가 걸쳐 있었습니다.


[그림 05] 컵라면 용기 안 물 제한선

생각해보면 컵라면 안쪽에도 이러한 라인이 있습니다. 이는 물의 양을 조절하기 위한 안내선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평소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때 머리를 스쳐가는 무언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회용 컵에서 커피와 우유가 나눠진 부분에 있었던 선이 마치 해수면 같이 보인다는 느낌이었죠. ‘제한선이 넘어가면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마치 해수면 하고 같구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이야기는 정말로 단순하게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제가 보고 듣고 경험했던 고민했던 이야기 그대로 작성했죠.  


여러분들은 제한된 규칙을 무시해서 실망했던 경험이 있습니까?

저는 컵라면과 커피를 마실 때, 제한된 가이드라인을 무시해서 맛없는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었습니다. 제한된 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에 소소하며 중요하게 존재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바로 해수면입니다.

혹시, 베네치아를 방문 보셨나요? 베네치아는 '물 위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해수면 1m가 상승한다면, 이 아름다운 도시는 물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삶의 터전도 잠길지 모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내 집이 잠긴다면, 가이드라인을 무시해서 맛없는 식사를 한 것처럼 얼굴을 찌푸릴지 모르겠네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가지세요.


이처럼 스토리텔링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 라테에서 발견한 순간의 아이디어를 머그컵에 활용했습니다.

경험 그대로 가이드라인의 활용이죠. 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수면을 떠올릴 수 있게 접근했습니다. 이를 위해 강과 바다와 밀접한 도시의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ion)을 그려 넣은 것이죠.

[그림 04] 그림 공모전 도시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게 될 여러 도시를 그려 넣었죠.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포함해 한강의 서울, 센 강의 파리, 템스강의 런던과 같이 강과 바다와 가까운 도시를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도시의 일러스트레이션(illistration)을 컵 안쪽에 그려 넣어서, 물의 양에 따라 예민하게 보일 수 있도록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말없이도 지구온난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그림 05] 공모전 작업의 마무리 과정

이 아이디어가 수상할 수 있던 이유에는 사진 몇 장이 언어 이상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옛 말에 한 장의 그림이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처럼 말이죠. 짧은 영어를 보완해줄 수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이 디자인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입니다. 다만, 종이가 아닌 곳에 활용해서 의미 있게 사용된 점을 높게 본 것 같습니다. 장인이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처럼,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되었던 아이디어와 디자인 결과물은 어도비 그래픽 디자인 어워드에서 Honorable Mention을 수상을 했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넛지 디자인(Nudge Design)에 대해서 아시고 있나요? 자연스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효과(Nudge Effect)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의 저서 '넛지-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원서: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Health, Wealth, and Happiness)에 소개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쓰레기를 아무렇게 버리는 골목 벽에 그림을 그린 것만으로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효과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넛지효과에 기반한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공모전에서 매년 찾아볼 수 있는 단골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자연스럽게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고민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저는 이러한 소재로 환경보호에 대한 접근을 추천을 하고 싶습니다.


삶은 정말 빨리 지나가지,

만약 당신이 멈춰 서서 주위를 한동안 둘러보지 않는 다면 그것을 놓치게 될 거야...

_영화 '페리스의 해방' 중


사소한 경험을 되돌아본다면, 좋은 이야기 소재가 숨어있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제가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던 것처럼 말이죠. 여러분들의 일상의 경험 속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Global warming mug-cup (2009)

Multiple Owners : Mihee Oh, Seung-un Kim

ADAA 2009 Illustration design, Honorable Men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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