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반전해서 볼 수 있는 시선
국제 공모전 도전을 위한 마음가짐을 마쳤다면, 이번에는 보다 세세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앞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드렸습니다. 이는 책에서 방법론을 배웠다고 하루아침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글은 공모전을 타기 위한 자세하게 설명하는 방법론이 아니라, 제 경험에 기반한 가설로 가득할 것입니다. 일상의 경험을 어떻게 아이디어로 만들고, 수상을 했을까요? 저는 시선의 변화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모전에서 먹히는 좋은 아이디어를 타인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특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치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와 아이작 뉴턴,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생각처럼 말이죠. 우리는 그들처럼 세상을 바꿀만한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모전에서 만큼은 그들처럼 생각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죠.
사람들은 잡스와 뉴턴, 아인슈타인이 거인의 어깨에 있었기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비유합니다. 그렇다면 시선을 바꿔보겠습니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지 평범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거인의 아래서 볼 수 있는 것은, 거인의 크나큰 모습뿐 일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놓인다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눈에 보이는 거인의 크기를 자신이 경험에 빗대어 설명할 것 같네요.
코끼리를 본 사람은 코끼리보다 크다고, 산을 타본 사람은 산만한 크기라고 표현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크기를 상상하며 고개를 끄덕이겠죠. 평범한 사람은 평소 경험했을 소재로 설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경험했던 상황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전달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겠죠.
보통 좋은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메타포(metaphor)로서 밝은 전구를 사용합니다. 좌측의 그림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우측의 회로도 또한 전구에 불이 켜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현 방법이 다르지만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지요. 밝은 전구를 거인의 어깨에 있는 사람의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 회로도는 거인 밑에서 여러 경험 소재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입니다.
혹시 공모전에서 반복해 낙방을 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아마도 거인 어깨에 있는 사람의 시선으로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했기 때문인 겁니다. 따라서 회로도와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유리할지도 모르겠네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여태까지 수상하기 어려웠다면 아이디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요? 거인의 어깨보다, 거인의 아래에서 바라보는 시선처럼 말이에요.
위에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많은 사람이 경험했던 요소로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깁니다. 모두가 경험했을 법한 소재는 평범해서 아이디어가 비슷해지지 않을까요?
옛 말에,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같은 소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마치 프로가 되기 위한 10,000시간을 투자하듯 말이죠.
하지만 보통은 10,000시간을 채우기도 전에 학교를 졸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공모전 수상을 위한 작은 팁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이는 평범한 사물과 상황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선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무것도 프린트되지 않은 누드 알루미늄 음료수 캔이 있습니다. 프린트가 안되어 있으니 밋밋하겠죠. 이런 캔으로 음료수를 판매한다고 한다고 합시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요? 또 다른 예시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어두 컴컴한 지역에 발자국 하나가 있습니다. 마치 범인의 발자국처럼 무서운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이러한 발자국에 희망을 담을 수 있을까요?
알루미늄 캔과 흙 위에 찍힌 발자국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소재와 상황입니다. 하지만 위의 미션은 쉽지 않겠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시겠어요? 이 상황에 의미를 부여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좌측의 알루미늄 캔은 코카콜라를 위한 콘셉트 아이디어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착색 과정에서 발생되는 대기 및 수질 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 된다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우측의 발자국은 달 위에 찍혀있는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입니다. 이 발자국에는 인류 진보의 크나큰 한 걸음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영화보다 픽션 같은 때가 있습니다. 이렇듯 시선의 변화는 평범한 소재를 보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떠한 생각이든 쓸모없는 것은 없습니다. 시선의 변화를 통해 평범함에 의미를 부여해 보세요.
위에서 이야기한 변화 과정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진지해질 수도 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모전은 아이디어를 말하는 화자와 심사위원이라는 청중이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습니다. 화자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할 뿐이지요. 그렇다면 수많은 아이디어를 읽는 심사위원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그 노하우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루에 최소 한 번씩은 변명을 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변명은 쉽고 간결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마치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변명을 잘하는 사람은 스토리를 간결하게 기-승-전-결에 맞춰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위기를 잘 모면하게 됩니다.
저는 변명의 과정을 위처럼 ‘기-승-전-결’로 생각합니다. 문제 의상 황을 인지한 뒤, 상대방에게 문제의 상황에 대해 전달합니다. 그리고 나를 이해해 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기에서 모면하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변명의 프레임이 공모전에서 스토리텔링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모전에서 제가 잘 써먹었던 기-승-전-결의 스토리텔링 순서는 이렇습니다. 일상의 경험에서 문제의 요소를 찾고, 왜 이러한 문제가 일어났는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의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결론이죠.
고은 시인처럼 청중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보세요. 공감할 수 있는 상상을 불러일으킬 때, 스토리텔링은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저는 거인 어깨에서 나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보다는, 거인 아래에서 모두가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평범한 경험 요소를 좋은 아이디어로 탈바꿈하기 위해 의미 부여를 강조했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국제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을 하는데, 이러한 시선의 변화가 한몫했다 생각합니다. 혹시 공모전에서 계속 수상하지 못하고 있다면, 힘을 빼고 시선을 다른데 돌려보는 게 어떨까요? 수상을 하기 위한 소재와 방법이 의외로 파랑새처럼 가까이 있을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