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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니 Aug 22. 2023

먹고살자고 하는 일

미용실 의자에 앉아…

나는 미용실에 갈 때마다 꽤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십몇 년 동안 특별한 스타일 없이 그 머리가 그 머리인 상태로 살고 있는지라 어떠한 스타일로 바꾸고 싶다는 마음먹기도 귀찮은 지경이다.

어렸을 적엔 연예인들의 유행하는 헤어스타일로 한 번씩 따라 해 봤고 그런 머리는 미용실에 자주자주 가야 하고 그만큼 돈도 많이 들며 내 몸뚱이 하나만 신경 쓰고 살 적 이야기인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살아오는 동안 적당한 헤어스타일 한 가지로  긴 머리 짧은 머리를 번갈아가며 사는 정도이다.


코로나19 이후 미용실에는 1인 체제가 흔하다. 그래서 예약은 필수가 되었다.

하루에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을 스케줄에 맞추어 받기만 한다면 굳이 직원을 두어 월급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니 수입이 오롯이 본인수입이 되는 거다. 그러니 혹 손님이 없어서 둘이서 눈만 껌뻑거리며 불편하게 있지 않아도 되는 거지.  인기가 너무 없는 미용실이 아니라면 하루 전 예약도 내가 원하는 시간 얻어내기가 죽 먹듯 쉽지 않을 수 있다. 원하는 만큼만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탄력적인가! 완전 부럽^^


예전처럼 즉흥적으로 미용실에 가는 나였다면… 요샌 미용실 가서 머리 하기 힘들어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난 미용실 가는 일을 미루고, 꺼리고, 시간내고, 용기 내어, 갑자기, 지금, 달려갔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전에 예약해 놓고 간다는 것은 사실 일주일 전부터 맘먹고 있어야 하는 일이 된 것이고. 이제 나에게 즉흥적으로 미용실에 갔다는 말은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미용실 가는 일에서 계획형 인간이 되는 것인가!)


그렇게 미용실의자에 앉게 되어 머리에 세팅파마 기구라도 감고 있는 날에는 그 미용실의 하루 수입을 자꾸만 염탐하게 된다.

내가 파마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고 있으니 십 몇만 원, 옆에 아줌마 염색 몇 만 원, 저기 저 학생 커트 얼마…


요런 식으로 시간대마다 발생할 테니 적어도 50만 원에서 100만 원은 거뜬하게 버실 듯싶다. 겁나 부러운 순간이다. 손재주 없어 전혀 관심 없던 미용을 왜 안 배웠나 싶을 정도라니까…


그런데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오전 10시에 시작한 첫 고객 오후 1시 넘어 끝나 점심 못 먹었을 것이고, 점심시간 피해 간다고 나름 생각해서 오후 2시에 예약했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까지 점심을 못 먹은 건 매 한 가지였다.

점심 여부를 물으니 내 머리에 약을 발라놓고 시켜 먹든가 사 와서 먹겠다고 했는데 , 약을 다 발라 갈 때쯤 예약보다 조금 빨리 왔다는 사람, 파마하겠다는 어린이 손님 연달아 계속 계속 들어온다.


 ’ 끝나면 나가서 뭐라도 좀 사다 주고 가야겠네~‘


샴푸하고 머리 말릴 때쯤  배달기사님이 도착.

다행히  배달앱으로 뭐라도 시켰나 보다.

마음이 좀 놓인다.


햄버거세트네.

이 시간에 그것만 한 게 없긴 하다.


지금 시간은 3시 30분, 계산을 하고 미용실을 나오며 좁은 계산대의자에 앉아 버거를 급하게 먹는 원장님을 슬쩍 보았다. 맛있게 드시네~


 혼자 운영하는 곳의 최대 단점인 것 같다.

 원장님들~식사시간엔 식사 챙겨가며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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