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
급작스럽게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 문창과를 졸업한 친구의 서재에는 좋은 책이 많았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달라졌다. 여행 중 친구의 책장에서 선택한 책 리뷰이다. 내 성격답게 지나치게 솔직한 리뷰가 될 것이다.
여름이야기라고 하기엔 좀 충격적인데..
좀머라는 뜻은 독일어로 여름이라고 한다. 작가의 상상력 속의 좀머 씨는 여름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귀찮아서 여름이라고 지었을까? 그러기엔 좀머 씨의 존재는 너무 컸다. 내가 만약 이 책 속 주인공이었다면 나는 이 장면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까? 무언의 목격자가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난 못 그랬을 것 같다. 현실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같았다.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렇게 꾸며진 이야기에 현실을 대입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고 재밌다. 오히려 나는 현실과 비슷한 이야기가 담긴 스릴러나 범죄 영화를 좋아한다. 얼토당토 한 이야기보다는 상상 가능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좀머 씨 이야기가 왠지 그랬다. 좀머 씨는 정말 폐소 공포증 환자였을까? 하는 의심부터 시작해 그의 정체가 결국 마지막에 밝혀지겠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너무 짧은 단막극처럼 이야기가 허무하게 끝나버림에 실망했다.
이 작가의 유명한 다른 작품인 향수는 영화화되어 재밌게 본 것 같은데 정작 원작은 읽어보지 않아서 읽어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나는 우울한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책도 그리고 향수도 내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좀머 씨는 왜?라는 질문만 남긴 채 이야기가 끝나 많이 아쉬움을 남겼다. 어쩌면 유럽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작품상은 항상 정말 애매모호하게 끝나거나 결론이 없어서 이상하다 생각되는데, 책 역시 그런 느낌이었다.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해서 이 작품이 훌륭하지 않다 라는건 아니고, 그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던 걸로 마무리 짓고 싶다. 결국 좀머 씨와 아이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 걸까? 좀머 씨는 몰랐겠지만 아이의 목숨을 구해줬는데, 왜 아이는 좀머 씨를 구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의 그 한마디가 그렇게 임팩트가 있었단 말인가? 정말 그의 말을 존중했다면 쳐다보지도 않아야 하지 않았을까?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