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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

by SOON
급작스럽게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 문창과를 졸업한 친구의 서재에는 좋은 책이 많았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달라졌다. 여행 중 친구의 책장에서 선택한 책 리뷰이다. 내 성격답게 지나치게 솔직한 리뷰가 될 것이다.


평점 : 별점 2개 반 ★★


여름이야기라고 하기엔 좀 충격적인데..


좀머라는 뜻은 독일어로 여름이라고 한다. 작가의 상상력 속의 좀머 씨는 여름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귀찮아서 여름이라고 지었을까? 그러기엔 좀머 씨의 존재는 너무 컸다. 내가 만약 이 책 속 주인공이었다면 나는 이 장면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까? 무언의 목격자가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난 못 그랬을 것 같다. 현실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같았다.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렇게 꾸며진 이야기에 현실을 대입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고 재밌다. 오히려 나는 현실과 비슷한 이야기가 담긴 스릴러나 범죄 영화를 좋아한다. 얼토당토 한 이야기보다는 상상 가능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좀머 씨 이야기가 왠지 그랬다. 좀머 씨는 정말 폐소 공포증 환자였을까? 하는 의심부터 시작해 그의 정체가 결국 마지막에 밝혀지겠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너무 짧은 단막극처럼 이야기가 허무하게 끝나버림에 실망했다.


이 작가의 유명한 다른 작품인 향수는 영화화되어 재밌게 본 것 같은데 정작 원작은 읽어보지 않아서 읽어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나는 우울한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책도 그리고 향수도 내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좀머 씨는 왜?라는 질문만 남긴 채 이야기가 끝나 많이 아쉬움을 남겼다. 어쩌면 유럽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작품상은 항상 정말 애매모호하게 끝나거나 결론이 없어서 이상하다 생각되는데, 책 역시 그런 느낌이었다.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해서 이 작품이 훌륭하지 않다 라는건 아니고, 그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던 걸로 마무리 짓고 싶다. 결국 좀머 씨와 아이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 걸까? 좀머 씨는 몰랐겠지만 아이의 목숨을 구해줬는데, 왜 아이는 좀머 씨를 구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의 그 한마디가 그렇게 임팩트가 있었단 말인가? 정말 그의 말을 존중했다면 쳐다보지도 않아야 하지 않았을까?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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