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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외

by SOON
2주에 한번 독서모임에서 이번에는 자유 독서라 택한 책이었다. 얼마 전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비보티비에서 시작한 선안(신봉선의 선, 안영미의 안) 영향력이라는 콘텐츠(독서 프로젝트)의 1편에서 선정된 책이기도 했다. 필자의 주관대로 지나치게 솔직한 리뷰다.


평점 : 별점 3개 반 ★★★


동백꽃


제목을 왜 동백꽃이라 지었을까?


약 20페이지의 단편 소설이라 읽기도 편했고, 재밌었다. 물론 처음 읽을 땐 너무 옛말이라 한번 더 읽어야만 했다. 그 말의 뉘앙스는 알겠으나 고어와 사투리가 섞어 제주도 방언처럼 못 알아듣는 단어도 있었다. 제목이 주는 느낌은 왠지 봄봄스러웠으나 내용은 좌충우돌 시골처녀의 객기? 또는 그 시대의 흔한 시골의 일상을 아주 생생하게 글로 담아내 지금 읽어도 머릿속으로 상상이 갈 정도로 둘의 팽팽한 기싸움은 재밌었다. 하지만 동백꽃이라는 제목보다는 얼마 전 읽었던 데미안처럼 점순이가 더 정감 가고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문에 동백꽃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두줄 정도? 니까 말이다.

난 문학적 지식이 많지 않기에 주관적인 입장에서 왜 이런 단편 소설이 인기가 있었을까? (동물 학대하는 내용인데..) 생각도 해보지만 그 시대에 이 정도 생생한 표현이라면 이해가 조금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짧다 라는 것이다.



산골

흥미진진한 100년 전 삼각관계 이야기


동백꽃과 글의 형식은 같았지만 장소별 챕터가 나눠져 있고, 등장인물이 동백꽃은 둘인데 반해 산골은 주인공이 여주 1명과 남주 2명이라 흥미진진했다. 김유정 작가의 소설은 동백꽃이 처음 인터라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주는 그의 글빨이 재밌고 신선했다. 산골 역시 양반집 도련님과 하녀 이쁜이 그리고 같은 하인 석숭이의 삼각관계가 춘향이와 이몽룡처럼 반전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생생한 표현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열린 결말이었지만 내 느낌에 왠지 석숭이와 이쁜이는 해피엔딩은 아니었던 것 같다.



노다지

그래도 그렇지 도망간 거야?


위 두편은 그래도 읽으면서 대충 어떤 내용이구나 라는 느낌은 알 수 있었지만 이번 소설은 옛 고어가 너무 어려워 소설을 반쯤 읽었을 때까지 이 친구들이 뭘 하는 건지 몰랐고, 중반이 지나서 금광을 캐고 있었구나 싶었다. 게다가 주인공 이름이 더펄이인데 나는 이게 어떤 행동이나 물건의 고어라고 생각해서 더펄이가 도대체 뭘까? 싶었는데 형이 나오면서 사람 이름이었구나 싶어서 피식 웃었다. 그만큼 조금 많이 어려웠다. 결국 두번째 읽으니 내용이 스르르 머릿속에 들어왔다. 너무 생각지 못한 결말이라 조금 웃기기도 하고, 그래 사람 욕심이 참 그렇지? 하면서 씁쓸했다. 그래도 형이라고 부를 정도의 은인인데 내버려두고 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ㅋ 전작들처럼 머릿속으로 상상이 충분히 가는 생생한 소설이었다.



엄마손은 약손이 아니었나벼


동백꽃과 노다지는 두번을 읽어야 이해가 갔는데, 산골과 떡은 삼각관계와 옥이가 떡 먹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한번에 재밌게 읽었다. 이 단편도 굉장히 생생한 표현으로 독자를 즐겁게 하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이 작품들을 쓴 시대의 소소한 시골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그때는 정말 못난 아빠, 게다가 아동학대에 달하는 나쁜 아빠로 비치기까지 해서 그땐 우리나라가 정말 후진국이었구나라고 생각되었다. 만약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100년 전 소설을 읽는다면 이런 생각이 들까?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총 4편 중 한번에 읽기 좋았던 산골과 떡이 동백꽃과 노다지보다 재미면에서는 더욱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두포전

단숨에 쓰윽 읽히는 전래동화


지금까지의 단편소설들 보다는 약 2배 이상 페이지수가 많은 50페이지 정도의 단편소설로 어릴 적 많이 보았던 배추도사 무도사에 나왔던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4편 모두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져 재밌었다면 두포전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시퀀스가 나눠져 책을 읽는 내내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두포(주인공 이름)의 동화가 홍길동전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이 제목이 사실 먹는 전이라고 생각했었다. 두포전을 읽기 전 읽었던 옥이가 먹었던 떡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가장 긴 단편소설이었지만 가장 몰입도가 있어서 금방 읽었고, 가장 짧다고 느낄 정도로 재밌었다. 물론 마지막 반전은 정말 실망했지만 그 시대에 작품성으로 봤을 때 흥행성은 가장 좋았을 것 같긴 하다. 총 다섯편의 김유정 작가의 단편 소설을 읽어봤는데, 더 읽고 싶을 정도로 모든 작품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약 10~20분 정도면 충분히 읽어볼 수 있는 단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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