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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Jan 18. 2021

성냥팔이 소녀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성냥팔이 소녀

/ 담쟁이캘리




그대 아는가
사람들은 누구나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 가지고 태어난다지


참을 인 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기에, 인을 부싯돌 삼아
성냥개비 한 개씩 긋다 보면
사방이 훤해질 때 있지


참 이상한 일이야


상냥함 가득 담으면
가뿐히 따뜻해질 줄 알았건만
친절을 베푼 성냥 값 적반하장으로
가뿐히 즈려밟는 이들이 있지


동화 속 온 세상 밝히는 빛이던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 값은
현실 속에서 헐값이 되어


성냥개비 그어 불 지펴가며
가만히 감내하는 그대를
쉬이 얕보며 함부로 대하지


누구를 위해 베푸는 성냥인지
홀로 태울 때마다 사그라드는 불씨
마치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야


그대 아는가
모두에게 있는 성냥갑이라도
누구도 구태여 불 지필 이유없음을


헐값으로 치르고
무심코 넘긴 성냥 값
누군가 감내한 전부였음을




그대 위해 기꺼이 베푸는 누군가의 상냥함을 헐값으로 후려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마음이 꼭 주고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에게 건네는 친절의 값이 공은 아니므로. 그대 위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당연스레 받지 말고, 성냥개비 그어 불 지펴가며 온 사방 밝혀 보려던 누군가의 소녀 같은 마음을 부디, 지르밟지 않는 넉넉한 마음이기를 바란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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