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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띄어쓰기가 필요해
안개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by
담쟁이캘리
Jan 19. 2021
안개
/ 담쟁이캘리
밤새 첫눈이 함박눈으로 나리더니
지척도 흐릴 만큼 짙은 안개가 끼었다
몇 번이나 오가던 길인데도
간만에 마주한 낯선 풍경에
멍하니, 갈 곳을 잃었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어.
순간의 진심이 끝으로 내달려
두근대던 심장이 아래로 아래로
밑도 끝도 없이 곤두박질친 적 있다
멈췄던 심장이 너로 두근거려
잘 알지도 못하는 너를 섣부르게
안에 들인 내 탓이다
언젠가는 끝을 보일 시한부 감정인데
두근거리는 마음만 믿고 무턱대고
너에게 내던진, 내 잘못이다
네가 좋은데 가슴이 뛰지 않아.
호기심과 호감의 경계를 오가는
네 일상이 불현듯 궁금해져도
진동하지 않는 가슴을 핑계 삼아
끝도 없이 널 밀어냈다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두근거린다는 고작, 그 자잘한 이유로
섣불리 모든 것을 걸어
나를 가엾게 한 적 있음에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물음표로 넘칠 듯 말 듯 넘실대는
너를, 잠시 미뤄두었다
두근거리던 그 마음에
모든 것을 걸고 내던지는 무모함과
순간의 물음표로 떠오르는
두 갈림길 위에서 길을 잃었다
밤새 자욱하게 드리운 안개에
제 발 하나 제대로 내딛지 못하고
마음에 몸살이 들었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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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안개
함박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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