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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Jan 27. 2021

마더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마더

/ 담쟁이캘리




음맘맘마마 음마
옹알이 때부터 엄마만 부르며
꼬물거리던 그 작은 딸내미는
어미가 되어서도 엄마밖에 할 줄 모른다


돌잡이로 실을 움켜잡고
쉼 없이 들은 오래 산다는 말 부적 삼아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국수를 말아도
타고난 장사꾼이라며 좀처럼 쉴 줄 모른다


제발 좀 쉬라고 말려봐도
일의 반대말은 휴식이 아닌 손해라며
매일 찾아오는 오늘을 버티는 일쯤이야
별일 아니라는 듯 씨익 웃고 만다


음맘맘마마 맘마
아무리 발음해봐도 도통 알 수 없어
날로 쇠하는 중에도 기꺼이 밑지고 마는
당신을 이해하려 무턱대고 사전을 폈다


철없는 나의 언어로는
짐작조차 어려운 다른 세상 말이라
무턱대고 꼬부랑 말부터 배우다
어렴풋이 어미의 마음을 익혔다


머더 마더 엄마
옹알이하듯 발음하다 보니
어미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오직 누군가의 엄마만 남기는 일이었다


한 시도 쉬지 않고
오롯이 당신에게 주어진 일에도
타고난 엄마라도 되는냥, 자신에게
일의 반대말은 휴식이 아닌 손해라며
기꺼이 어미가 되기를 마다않는 마음이었다



 머더 (murder) : 살인, 살해하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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