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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Jan 28. 2021

네모의 꿈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네모의 꿈

/ 담쟁이캘리




우리네 인생이
사각 링 위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승부 보는 거라면 좋을 뻔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부적처럼 외면서
스파링 상대와 샌드백에 수없는
펀치 날려가며 실전을 연습할 수 있다면



다 잘 될 거라 의기양양했던 마음도
철없던 객기였음을 깨닫고
종일 눈물 가득한 잔 꺾어 마시느라
고전을 면치 못할 때

수건 던질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왜 하필 지구는 둥글어서
코너에 몰린 줄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건지



왜 하필 세상은 요지경이어서
적을 알고 나를 알았다 싶을 때에도
가차 없이 뒤통수를 때리는 건지



숨 가쁘게도 생(生)은 매일이 실전이라
오늘을 무사히 넘겨도, 예측조차 불가한
내일과 미리 싸울 수조차 없건만



내몰린 자리가 코너인지 아닌지
짐작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쉬울 뻔했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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