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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Feb 07. 2021

음소거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음소거

/ 담쟁이캘리




눈 뜨기가 무섭게 너의 목소리가 들렸어
어젯밤 널 켜 둔 채 잠들었나 봐



분명 다 끄고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켜 두었던 걸까



열대야처럼 후끈한 열기는
연신 이불을 차 봐도 가실 줄 모르고



찌릿한 이 마음이
잠잠해지면 나을까 싶어
애꿎은 음소거 버튼을 눌렀어



속 시끄러운 마음의 소리를 줄인다고
가슴 한편을 차지하고 앉은 네가
소거가 되는 건 아니더라



재잘거리는 말수를 줄인다고
종일 너를 궁금해하는 소란한 마음이
고요해지는 건 아니더라



결국 매일 깊은 잠 깨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만드는
너라는 소음을, 그냥 켜 두기로 했어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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