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 진동하다: 흔들려 움직이다
사람이 하루의 날씨를 결정할 때가 있다. 그 사람으로 그늘진 마음에 볕이 들고 메마른 땅에 비를 내릴 때가 있다. 분명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한 날인데, 가랑비 젖듯 속절없이 마음이 젖고 마는 날이 있다. 말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아도 마른땅처럼 딱딱하던 마음이 첫눈에 촉촉이 젖어, 그칠 줄 모르는 비가 되어 머릿속을 거닐 때가 있다. 맑은 날 별안간 쏟아지는 여우비처럼 찾아와 기나긴 우기가 되어 머릿속으로 주륵주륵 내릴 때가 있다. 사랑을 열병이라 부르는 것은 아마도 예고 없이 내린 비에 홀딱 젖고만 몸에 드는 감기와 닮아서일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애끓는 마음이, 그리움으로 열병을 앓는 모습이 불쑥 찾아든 환절기 감기와 꼭 닮은 모양을 하고 있으니.
談담쟁이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