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쟁이캘리 Mar 08. 2021

불면증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불면증

/ 담쟁이캘리




유난스러운 바람이 불면
먹구름 낀 거라더니



하늘에 구름 좀 끼었다고
고요하던 일기가 변할 줄이야



매일 불면
매 순간이 우울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부서질까
나도 집에서는 금이야 옥이야
귀한 자식인데



매일 밤 불면
매 시간이 우울



연신 불면 날아가지
그리 만지면 부서지지
너도 집에서는 금이야 옥이야
기른 자식 있을 텐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불어대니
종일 벼랑인데 버틸 리가



일상에 너 하나 끼었다고
잠잠하던 일기가 변할 줄이야



매일이 불면
매 순간이 우울




* 일기: 날씨,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출근길 미리 챙겨 듣고 나온 일기예보에서는 분명 종일 온화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우산을 챙겨 나오지 않아도 될 하루에 안심하고 밖으로 나섰건만, 별안간 날이 흐려지고 먹구름이 끼더니 급기야 폭우가 들이치는 날이 있다. 대비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손을 쓸 새도 없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일기예보만 믿고 우산을 챙겨 나오지 않은 나에게 하필이면 너무 많은 비가 내린 탓이라며, 홀딱 젖어 축 늘어진 마음 툭툭 털어 볕에 널어 잘 말리는 수밖에.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조주의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