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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Apr 17. 2021

다시, 보다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다시, 보다

/ 담쟁이캘리




헤어지고 나니
내 곁을 지키고 섰던 네가,
바로 보였다



세상 그 누구보다 멋지고
유일무이한 사람이었노라고
아주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그저 황홀하고 마냥 
특별하게만 보였던 너는
처음부터 없었다



눈이 가려진 나만 
아무것도 모른 채 우두커니
홀로 환희에 차 있었을 뿐



말하지 않아도 전부를 헤아려
신기한 사람이라 믿었던 너는,
극명한 온도 차로 신기루처럼 사라져
내 가엾은 믿음을 저버렸다



차라리 시간 속에서 저물어
자연히 빛바래, 담담히 이별하며
각자의 자리로 관성처럼 되돌아가던
그 날의 애도가 더 나았다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을 뻔했다
그저 과거로 흘러 다시는, 이렇게 물밀듯이
밀려오지 않았다면 좋을 뻔했다



속 빈 너를 모르고
진심으로 내달린 그때의 내가
자꾸만 되감아지는 것이 애처로워
다시 보게 된 네가,
달갑지 않다



지나고 보니 진심에도 결이 있다



제 아무리 일정하게 켜를 지어 짜인
결이 고운 나무인 척 해도
지나 보면 무심코 쓰다듬는 손끝에
웅크리고 숨어있던 가시가 고스란히 닿아



진정, 진심인지 아닌지
지나고 보면 그 결이 고운 정도를
오롯이 볼 수 있게 된다



되돌아보니 진심에도 결이 있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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