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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Jul 08. 2021

비밀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비밀

/ 담쟁이캘리




부슬비 내리는 날

잠자코 버티고 섰던 마음이

중심을 잃고 쉬이 감성에 젖고



해가 쨍쨍 맑은 날

마른빨래처럼 감쪽같이

보송해진 마음을 마주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한 움큼 솜뭉치를

안고 살고 있음을 알았네



전국 대체로 맑음

내륙 곳곳 한 때 소나기



아무리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우산을 챙겨 나와도, 꼼작 없이

일순 쏟아진 빗줄기에 흠뻑 젖어

제 발 하나 내딛기 힘든 건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마음속에 감춰둔 각자의 솜뭉치가

예측할 수 없는 일기(日氣)를 만나

제 몸집을 거대하게 키운 탓이리라



순식간에 불어버린 무게를

도무지 감당할 힘이 없어 끙끙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처럼

감춰둔 마음 툭 던져 놓고



마음속에 들이친 빗물

마를 날만 기다리는 동안

미처 우산을 챙겨 나오지 못한 나에게

너무 많은 비를 뿌리는 탓이라고

애꿎은 날씨 탓을 하고 말지



이건 나만 아는 비밀인데

난데없이 내린 소나기에

흠뻑 젖은 솜뭉치에서 물기가, 뚝뚝

그칠 새 없이 흐른다고 말이야






사람들은 누구나 아무에게도 말 못 할 비밀 하나씩 가지고 산다. 꽁꽁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들은 대개 홀로 감내하기에는 그 무게가 상당해, 별안간 소낙비 같이 쏟아지는 울음을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차라리 속 시원히 터놓을 수 있다면 후련할 것을. …본디 초행길에는 우여곡절이 많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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