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 담쟁이캘리
너르게 펼친 하늘 돗자리
옹기종기 모여 앉은 구름들
주거니 받거니 대낮부터
스리슬쩍 기울인 햇살
어스름 내려앉은 술시(戌時)
소란히 노닐던 말간 구름들
어느덧 발그스레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홀짝홀짝 넘겨버린
빈 잔 같은 하루
붉게 물든 하늘 돗자리
어스레한 밤 허리에 넣고서
셀 수도 없이 짠해서
줄곧 부딪치기 바빴던
빈 잔 같은 날 되돌아보다
하루 일상이 술상 같기를
빈 잔처럼 바닥 보일 때마다
새로 채워주는 술잔 같기를
잔 들어 건배하듯이
누구든 위하여 주기를
취기 오른 저녁놀 바라보다
감춰둔 속마음 털어놓았다
누군가와 함께 마주 앉은 술자리. 빈 잔이 되기 무섭게 채워주는 이의 손길을 가만히 보다가 사람 사이 관계도 술상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속 시끄러운 이유가 무엇인지, 밑바닥을 보이고만 마음에 대하여 다 말하지 않아도 훤히 다 보이는 빈 잔이고 싶었다. 그럼 앞에 앉은 이가 서둘러 잔을 채워줄 테고 잔을 들어 건배하듯 누구든 위하며 행운을 빌어줄 테니.
이러한 연유로 그 찰나의 순간이, 술시(戌時)의 저녁 풍경을 만나 시가 되었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