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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Sep 12. 2021

멀어지다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멀어지다

/ 담쟁이캘리




흩날리는 바람에도

끄떡없던 날들이 힘없이

하강해 초라하게 바스러졌다



회자정리라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야

아무리 당연한 수순이라지만

흘려보낸 마음의 청춘을

고작 네 글자로 정리할 수 있나



언제고 끓어 넘치는 마음으로

무한정 반복될 거라 착각한

청춘의 사계절을 보내는 동안



다 잘 될 거라며

무턱대고 욱여넣은 꽁밥으로

눈치 없이 등치만 키운 마음인데

고작 네 글자 안에

내 마음 접어 넣을 수 있나



바람 잘 날 없는 생이라도

쭉 뻗은 가지에 바짝 붙어서

버틴다면 매일이 단풍일 줄 알았건만



쉴 틈 없이 부는 잰 바람에

하릴없이 떨어지는 낙엽일 뿐

제 아무리 슬퍼도 어찌할 도리 없네



청춘과 어제 만났으니

헤어질 오늘은 당연한 이치



흩날리던 바람에

철없던 날들이 힘없이

하강해 초라하게 바스러진대도



마음만은 결코

청춘과 떨어진 적 없으니

저무는 석양 앞에서도 멀어진 적 없네



다가올 내일을 위해

오늘과 잠시, 멀어지는 것뿐

단지 그뿐이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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