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세상을 사랑하는 데에는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by 담쟁이캘리



내가 아직 세상을 사랑하는 데에는

/ 담쟁이캘리




늦은 저녁 식탁에 앉은 내가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밥알을 세고

텅 빈 입 속에 맴도는 수없는 말을

오물오물 몇 번이고 씹어 삼킬 때



앞에 마주 앉은 그대는

순간의 고요도 참지 못해 애태우고

새까매진 속은 잿더미로 날려

검던 머리칼마저 희끗하게 변하지



조물조물 쌀을 씻어 불리고

뭉근한 불 위에서 밥 짓는 동안

갓 지은 고슬밥이 텅 빈 속 채워

하루 끝은 부족함 없이 닫길 바라며



부랴부랴 차린 한 상

부디 무언의 위로로 닿기를

눈칫밥으로 채운 하루의 헛배가

한 끼 집밥으로 소화될 수 있기를



건넨 적 없는 서툰 언어로는

못 할 속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소담한 한 끼에 하고픈 말 담아

양껏 차린 상차림이라 더 애달파



그 어떤 허기도 두렵지 않은

밥심으로 오늘 하루 모자람 없이

배부른 마음이기를 기도하는 그대의

애끓는 온기에, 일상마저 특별해지지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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