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쟁이캘리 Mar 21. 2022

그릇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그릇

/ 담쟁이캘리




서로 견주어 보다
눈대중으로 가늠하며
담아낸 것이 울컥, 넘쳤다



들쑥날쑥 밖으로
삐져나온 것을 훔치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제 아무리 충분하다
믿은 크기의 그릇이라도
담아낼 수도 없이 작아



애써 욱여넣고서
여유로운 척 괜찮은 척
할 수 없는 순간들있고



크다 자신한 그릇도
척척 담아내지 못하고 울컥
넘치고 마는 도 있음을



그릇이 크다는 것은
담뿍 담아내고도 넉넉한

품이 줄지 않는다는 뜻임을



무턱대고 욱여넣다 넘쳐
엉망이 된 것들을 훔쳐 닦으며

비로소 제 그릇의 크기를 알았다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양을 가늠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때로는 몸이 마음을 앞질러 거뜬히 소화하고도  남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어렵고 또 어떤 경우는 막상 소화시키려고 보니 그마저도 담아낼 품이 적어서,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는 그릇의 크기를 인정하기 어려워서 그렇다. 욕심으로는 두레박인데 현실은 종지 그릇이라 그런 걸까. 다 소화할 수 있다며 무턱대고 욱여넣은 것들이 종종 울음처럼 울컥, 밖으로 넘친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