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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Jul 17. 2020

대부분의 보통날은 뭉근한 온기를 지녔다

[프롤로그] 서툴러서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나태주, <풀꽃2> 전문





'눈으로만 보세요, 밟지 마세요.'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푯말들에 마음이 멈췄다. 그 문장에 생략된 잔디나 꽃 같은 당연한 주어를 지우고 '사람'을 넣었다. 우연히 멈춘 마음의 시선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 지혜를 깨쳤다. 함부로 꺾으려고 들지도, 성급히 펜스를 넘어 들어가 밟으려고 들지도 말자.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말하던 나태주 시인의 시집 제목인 "꽃을 보듯 너를 본다"라는 말의 의미를 마음으로 이해한 순간이었다. 섣부른 감상으로 덮어버린 책을 다시 펼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정독하지 않은 채 완독 했다 말하거나, 완독 하지 않은 채 완독 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들에 핀 꽃이라 해서 그저 모두를 '들꽃'이라 칭하며 함부로 꺾거나 밟으려고 들 때. 그 작은 행동이 실은 어마 무시한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 모두는 이번 생이 처음이라 그 누구도 이것을 알려주는 이가 없다는 데 있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한순간에 몰입해서 '함부로 꺾으려 들거나 밟고 마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수없는 실패로 얼룩진 날들의 연속성은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번 생이 처음인 우리는 모두 미운 오리 새끼이다.

백조로 태어나지 못한 삶은 무의미한 걸까. 꼭 특별하고 빛나는 삶만 의미 있는 걸까. 과연 매일 해가 뜨고 지는 일처럼 반복되는 보통의 일상을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 멀리만 떠난 것은 아닐까. 돌이켜보면 우리가 감동했던 순간은 능숙함이 아닌 서툰 것들 속에 담긴 진심이었다. 서툴러서 더욱 빛나는 것들이 있다.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 속에는 수많은 절경이 숨어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끔은 별일을 꿈꾸고,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보통의 이야기를 시와 에세이로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려 한다.




글로 전하는 말들이 당신이 꿈꾸는 곳
그리로, 글로 떠날 수 있기를.







여행

/ 담쟁이캘리




떠나자
많은 짐은 필요 없어
 


지금 네가 가고 싶은 곳
그곳이 어디든 좋아
혹여 불시착하게 되더라도 괜찮아
 


지금 네 마음에 떠오르는 곳
그리로 가자, 글로 떠나자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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