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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Nov 11. 2020

세상에 논리적인 '꼰대'는 없다

'보통이 아닌' 무논리 꼰대들의 이야기



보통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보통이 아닌'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과는 일적으로 엮이지 않으면 천만다행이다. 불행하게도 회사에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어서 선택지는 그들을 피하거나, 내가 또라이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건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아무 대화 없이 '일만' 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몰라도 사회생활은 말 그대로 '사회'에 진출해 자기 밥벌이를 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는 일터에서의 '생활'이므로 관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희극 혹은 비극이 시작된다.


관계라는 것은 상호 간에 대화를 바탕으로 원활한 티키타카가 이어져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계는 건너뛰고 생각한다. 아무리 적정한 거리를 두고 일을 하더라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대화의 기본'을 무시할 수가 없다. 회사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고충은 대부분 '소통'을 하지 않고 일방통행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일어난다. 아마도 관계라는 말 앞에 '상하'라는 말이 붙을 때는 당연히 예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상하든 수평이든 사람들이 모인 모든 집단은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위 '또라이'라고 쓰고 '꼰대'라고 읽히는 사람들은 그 관계 형성을 건너뛰고 자기 할 말만 쏟아낼 때가 많다. 상대방이 무논리로 '까라면 까'라고 무작정 밀어붙일 때, 듣는 사람은 그 순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로봇'으로 전락한다. 더한 경우에는 '가마니'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 순간의 비극이 끝나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하루 중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되고 '워라벨(Work Life Balance)'를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해도 사회생활이 차지하는 시간의 비중은 바뀌지 않는다.



얼마 전 회사에서의 고충을 토로하던 지인과 카톡을 나누다가 우연히 "세상에 논리적인 꼰대는 없다"는 말을 듣고 꼰대들의 특성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 봤다.








1.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


쉽게 말해 '나는 돼도 너는 안 돼'라는 마인드를 고수하는 편향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의 태도에 분명한 이유와 논리가 있다면 납득 가능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논리적인 꼰대는 없다는 말의 표본이기도 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자신의 상황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것은 기본이다. 상대에게는 엄격하게 굴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보이며, 상사의 경우에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편의를 챙기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혹여 상대가 수긍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격언을 차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로마는 '소속 팀'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데 있다. 흔히 꼰대들은 상사가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줄 알기 때문에 '짐이 곧 국가요, 로마이니라.'라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늘 당당한 것이 특징이다.


(예)
부하직원이 실수했을  때

- "회사생활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네가 신입이야?"
(엄근진)
      
자신이 실수했을 때

- "내가 정신없어서 깜박했네. 다시 보내줘."
(쿨내 진동)





2. 라떼는 말이야


본래 '나 때는 말이야.'라는 뜻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구전되다가 변화된 형태다. 'Latte is Horse.' 또는 '라떼족'으로 일컬어지는 꼰대들이 주로 하는 말로 주로 '과거의 영광이나 고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한다. 단순 추억팔이가 아니라 자신의 과거 경험을 들어가며 '상대방을 훈계를 할 때' 쓰는 말이다.



꼰대들이 사용하는 이 문장에는 과거 자신에 대한 '은근한 과시'와 '상대방에 대한 무시'가 섞여 있다. 때문에 상대의 열심이나 수고를 등한시할 때 쓰이는 경우가 많다. 주로 '이 정도 고생은 고생은 아니야'라거나, '세상(사회생활) 참 편해졌다'라는 말과 함께 쓰인다. 납득할 수 있는 논리가 아닌 자기만의 '기적의 논리'를 펼칠 때 쓰이는 문장이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논리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으로 '논리가 없는 무논리'를 펼칠 때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심한 꼰대의 경우에는 성별 상관없이 '네가 군대를 안 다녀와서 잘 모르나 본데…'라면서 자기 경험을 토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거나 상대방을 고구마 답답이 취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 라떼족이 꼰대질 할 때

- "나 때는 말이야. 밤늦게까지 밥도 못 먹고 맨날 야근하고 새벽에 들어갔어. 네가 하는 고생은 고생도 아니야." (거들먹)





3. 요즘 애들은 이래서 안 되는 거야


상대의 장점을 보기도 전에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넌 안 되겠다'는 논지로 말을 끌고 가는 꼰대들이 주로 쓰는 말이다. 모든 문제를 '나이와 개념 없음'으로 통칭하는 일명 '깔때기 이론'이기도 하다.



검은 머리도 시간이 지나면 하얗게 새기 마련이고,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를 사는' 구시대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 분명한 논리를 가지고 정확한 문제점을 짚어내기 어려운 경우이거나, 상대를 '요즘 애들'이라는 말로 싸잡아서 폄하할 때 쓰이는 말이다.



예외적으로는 '나 때는' 결코 보장받지 못했던 칼퇴나 퇴근 후 여가시간을 당연하게 누리는 요즘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모나게 표출되어 '꼰대 아닌 척하는 꼰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문장은 단독으로 쓰이거나 라떼이야기와 함께 쓰이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꼰대력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자유자재로 두 가지 문장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 꼰대가 '꼰대질' 할 때

- "나 때는 말이야. 팀장님 퇴근하기 전에는 의자에서 엉덩이도 안 뗐어. 팀장님 퇴근도 안 했는데 누가 퇴근시간 됐다고 짐을 싸? 위아래도 없이… 요즘 애들은 이래서 안 돼."
(이쯤 되면 그냥 늦은 출생이 잘못이다.)





4. 나니까 이런 말 해주는 거야


세상에는 수많은 '오지랖'이 있지만 그중에 제일 질색하는 것이 바로 '원치 않는 오지랖'이다. 물은 적도 없고 말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 소위 이 문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투머치 토커(Too much talker)'들인 경우가 많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기 할 말을 하면서 끝 마무리는 꼭 '다 너를 위한 거다'라는 말로 물타기를 하는 고급 스킬이다. 이 문장을 사용하는 꼰대들은 기승전결 없이 갑자기 선을 넘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들 한 번쯤 경험해 봤으면 알겠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투머치'가 문제다.



물어본 적도 없는데 굳이 나서서 'TMI(Too much information)'를 흘리며 장황하게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결론은 항상 '네가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라면서 불편한 말들을 늘어놓는다. '나니까 이런 말 해 주는 거다'라면서 기어코 가족도 안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꼰대력이 높은 사람의 경우에는 이 문장을 사용할 때 '내가 꼰대는 아닌데…'라는 말을 서두에 깔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처럼 듣자마자 기분 나빠지는 말을 한다. 스스로는 굉장한 조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듣는 입장에서는 묻지도 않은 것을 굳이 말하는 '오지랖 질소 포장' 같은 것이 특징이다.


(예) 꼰대가 원치 않는 오지랖을 부릴 때

-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내가 보니까 넌 애교가 좀 없는 것 같아. 윗사람들은 무표정한 사람들보다는 생글생글 잘 웃는 사람들 좋아해. 사회 초년생이라 잘 모르나 본데 억지로라도 애교도 부리고 그래. …  나니까 이런 말 해주는 거야."
(회사에서 웃을 일을 만들어주세요. 웃지 말래도 웃어요.)




선배와 꼰대의 차이



앞서 말한 '보통이 아닌' 꼰대들은 왜 꼰대가 되었을까. 과연 그들은 처음부터 꼰대였을까? 여기서 말하는 대화의 유형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꼰대로 규정짓는 것은 아니다. 네 가지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여'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기본이 되는 경청, 공감, 이해가 없는 '보통'이 부재한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대화에 '나'만 있고 '상대방'은 없는 오직 나만을 위한 일방통행식 대화를 한다. 일방통행 골목에 들어서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일방통행 길에서는 무슨 수를 써도 쌍방통행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위에서 말한 꼰대의 특징은 말 그대로 두드러지는 모습에 대한 요약일 뿐이다. 지금 내가 꼰대가 아니라고 해서 안심할 것도, 반대로 빼도 박도 못하는 꼰대라고 해서 절망할 것도 없다. 깨닫고 고치면 그만이다. 소개한 네 가지 대화방식은 소통이 없고 권위의식만 있는 일종의 '나쁜 습관'이다.



꿀을 얻으려면 벌통을 걷어차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입 밖으로 내뱉는 섣부른 비난과 불평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욕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나쁜 것일수록 몸에 빨리 익는다. 누군가의 단점을 입 밖으로 내는 그 단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내 시선을 발목 잡을 때가 있다.



진정한 윗사람이라면 아랫사람의 잘못을 꾸짖고 비난하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 사람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적재적소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끌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본래 진주도 흙 속에 있다. 또 돌덩이인 줄 알고 거세게 때렸는데 다이아일 때도 있다. 삐뚤어진 시선을 바로 하고 안목을 기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말은 채찍이 되어 사람을 다치게 합니다.
어떤 말은 바퀴가 되어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 상관은 두려움을 주고
리더는 문제 해결을 합니다.

- 강원국의 <말 같은 말> 중에서 발췌



언젠가 출근길 라디오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라디오에서 그는 '좋은 리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 일례로 든 이야기가 바로 '말'이었다. 그 역시 사회생활은 '관계'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자고로 말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족쇄가 되기도 하고, 천냥 빚을 갚는 귀한 것이 되기도 한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어 담을 수 없고 귀로 흘러 마음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는 '세상에 논리적인 꼰대는 없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 글은 '말에 관한 이야기'다. '관계'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은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경청하고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자기가 뱉는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꺼내기 전에' 스스로 하려는 말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과연 한 번 꼰대는 영원한 꼰대인 것일까? 나는 꼰대는 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생각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크게는 동물로 분류되는 우리가 '동물'들과 다른 것 중에 하나는 '철드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철들지 말지는 자기 선택이자 제 몫이다. 



… 난 살던 대로 사는 거 싫어.
철 나고 죽어도 철 날 거야.

- tvN 드라마 <청춘기록> 중에서 발췌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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