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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Dec 27. 2020

마음만은 쉼표로 걷기를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청춘 

/ 담쟁이캘리




수없는 발자국이 드나드는 길
바삐 지나다 마주친 이름 모를 꽃



젊은 이의 발자국은 힘들여
오롯이 앞만 보고 걷는다



잠시도 눈길이 머물지 못한 곳
아무개라 적고 잊힌 이름 모를 꽃



발뒤축 닳고 닳아 돌아오는 길
터덜 거닐다 마주한 이름 모를 꽃



젊음 한풀 숙이고야 이윽고
호젓이 앞에 놓인  본다



당신의 발걸음 잡으던 곳
저기 멀찍이 만개한  떨기 꽃을




젊은 이의 발자국에는 너무도 많은 힘이 실려 있다.
세상에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앞만 보고 내달리느라 정작 중요한 청춘을 놓치는 때가 있다. 모두가 바삐 오가는 삶이라 지척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살피지도 못하고,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이 있다. 나이는 때마다 제 값을 들고 찾아오는 것이므로 속절없이 먹는 것일지라도, 마음은 수백 수날 비껴가고 쉬어가는 갓길이므로. 부디 마음만은 내내 청춘으로 헐레벌떡 가쁘지 말고 쉼표로 유유히 걷기를.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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