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청개구리
입사 첫날, 간소하고 간결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최연소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 내겐 7명의 입사동기가 있는데, 아버지 뻘의 지사장님 둘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가까이를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5명이 그들이다. 그나마 어린 동기들도 나와는 5살 터울, 무엇보다 정말 '신입' 사원은 나 뿐이라는 것에 흔하디 흔한 동기애마저 느껴지지 않는 오리엔테이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이 큰 불만은 아니었다. 아직 동기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부서의 식구들이 동기애를 그리워하지 않을 만큼 따뜻한 애정을 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속한 곳의 분위기는 데워진 방에 들어설 때의 뜨뜻미지근한 공기의 농도와 같았다. 첫 홀로서기를 시작한 내게 이 조건은 누가 뭐래도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내게도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팀원들의 호의에 의도치 않게 벽을 치는 성격에 관한 것이었다. 원체 말주변이 없고 낯을 가리는 내 성격은 애석하게도 어른들 앞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심지어 대학시절 교수님들께 메일 하나를 보낼 때도 큰 결심이 필요한 사람이 나였다. 이제 매일 아버지뻘 어른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의사소통을 해야 하니, 난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해야 하지?'
'이럴 때는 어떤 게 예의지?'
어른을 대하는 매뉴얼 자체가 머릿속에 없던 나는 작은 일도(예컨대 밥을 먹는 속도나 맞장구에 필요한 감탄사, 물과 수저를 놓는 순서 따위의 것들) 고민하고 주저했다. 바로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 생각이 많아지니 실수가 생기고, 실수가 생기니 눈치를 보게 되고, 눈치를 보게 되니 말을 더듬거나 끝맺지 못하는 어눌한 말투가 입에 붙어 '답답한 사람'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업무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디어와 의견 나눔이 필요한 자리에서 생각에 가득 찬 입은 떨어질 줄 몰랐고(본부장님은 내게 자주 눈빛을 던졌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멍청하게 눈만 끔벅였다) 나를 향한 질문이 들어올 때만 겨우 더듬더듬 한두 마디 할 뿐이었다.
"똑바로 말해 더듬지 말고."
보다 못한 본부장님이 한마디 던졌다. 의기소침해진 나는 안 그래도 단내가 나던 입을 더 단단히 닫아버렸다. 마치 청개구리 같이, 의도치 않게 팀원들에게 폐를 끼치는 듯한 모습이 스스로도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괜히 대학이라는 좁은 환경에 자족하며 공부만 했던 애꿎은 과거를 탓했다. 소심함이 무례함이 되어가는 상황들이 마냥 속상했다.
'잘하고 싶었는데.'
잘근대던 입 안쪽에서 쇠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