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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nZ Feb 04. 2021

부모의 마음이란

첫째가 입사를 했다

"얼마예요?"

"오천 원."

"이거 하나 주세요."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장사 수입이 썩 좋아 보이지 않던 꽃 상인은 서둘러 가장 싱싱한 꽃을 골라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취업 축하한다."     


뜬금없는 취업 선물이 안겼다. 멋쩍게 돌아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낯설다.     


입사를 앞두고 서울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이 두려웠고 너무 짧았던 취준기간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그런 나를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런 고민을 잊게 할 만큼 당황스러웠다. 학창 시절 내내 상을 받아도 1등을 해도 '잘했다'는 말 한 번 쉽게 꺼내지 않고, 어떤 일을 하든 '네 일은 네가 해야지'라며 나를 강하게 키웠던 아버지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직접 서울까지 차를 끌고 와 꽃다발을 안기고, 딸이 살 집의 싱크대 선반을 새로 달고, 날카로운 방문 고리를 다듬는 완벽한 언행불일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첫 딸이 사회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남들보다 빨리 취직은 했어도, 내가 아는 아버지는 더 좋은 곳을 욕심낼 분이었는데. 아쉽지 않았을까. 혹시 애써 그 아쉬움을 칭찬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내 사념을 그의 심리에 맞춰보려고도 했으나, 그렇다기에 아버지는 정말 기뻐 보였다. 그것은 아마,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든 결국 자식을 향한 애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일방적인, 그렇기에 쌍방적인 사회의 원리로는 이해될 수 없고 부모가 되지 않는 이상 나 또한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처음에는 위화감이 들었고, 그다음은 뿌듯했으며, 마지막은 가슴이 먹먹한게 뭔지 모를 기분이 되었다.  


날도 밝지 않은 새벽녘, 출근 준비를 하는 내게 카톡 하나가 왔다. 조심히 다녀오라는 간결한 아버지의 메시지였다. 버스를 타기 위해 지갑을 열어보면 카드만 꽂혀있던 빈 지갑엔 언제 넣었는지 모를 10만 원이 들어있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그렇게 딸의 첫 출근길을 동행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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