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어려운 길. 하지만 험난한 여정에는 분명한 배움이 있었다.
티제이가 숨니에게
숨니, 팀장이 된 걸 후회한 적이 있나요?
우리 회사 팀장님들을 보며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느끼는 지점은 '좋은 팀장'이 되려고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점인데요. 세대가 다른 건지 우리 회사 특징인지는 모르지만 보통 제 세대의 정서는 때 되면 하는 거니 특별한 모멘텀이라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은데 우리 회사 팀장님들은 팀장이라는 자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숨니가 대표적인 고민하고 노력하는 팀장이고요)
최근 본 기사인데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네요. 우리말로 하면 '팀장 하기 싫어요!'인데요 리더로서 일에 대해 책임지고 팀원들을 성장시키는 부담을 안고 싶지는 않고, 개인의 삶과 개인의 성장에 집중하고 싶다는 심리라네요. 그래서 팀장으로 3년을 보내온 숨니 생각의 변화가 궁금해요.
하나, 팀장을 하라고 했을 때 하고 싶었나요? 피하고 싶었나요?
둘, 팀장을 하면서 하길 잘했어!라고 생각하나요 하지 말걸! 후회하나요?
셋, 만약 다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셀리나가 숨니에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를 회고하는 숨니팀이라 행복한 셀리나입니다.
어느덧 입사한 지 6년 차 대리가 되었네요. 저는 입사 초부터 승진을 하는 게 두려웠어요. 직급이 올라가는 만큼 짊어져야 하는 무게도 크다는 걸 선배님들을 보며 느꼈거든요. 지금은 매 맞기 전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팀장 대기선 앞에 서서 떨고 있습니다. 이상한 말이지만 저는 이 감정을 주변에 자랑하곤 해요. 그만큼 회사가 건강하다고 느끼거든요.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무에서 벗어나 편해지는 회사도 많을 텐데 저희 회사는 갈수록 책임감과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것이 퍽 부담되면서도 회사가 잘 굴러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숨니는 처음 팀장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저처럼 두려웠나요, 아니면 설레는 마음이 더 컸나요?
아직은 리더, 팀장이라는 자리가 두려운
저 같은 예비 리더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숨니의 답장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전혀 다른 관점의 고민을 나눠주셔서
답장을 쓰는 마음에 '사명감' 같은 게 생깁니다. 흥미롭기도 하고요!
티제이는 언보싱 시대 흐름이 걱정되는 디렉터의 고민
셀리나는 차기 리더십을 앞둔 실무자 입장에서의 고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시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걸 보며 이 글쓰기 프로젝트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주일 전에 질문을 남겨 주셨는데 출퇴근길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마감일을 앞두고서야 겨우 답장을 남깁니다. 제가 벌써 3년 차 팀장이라니. 제 인턴 입사일과 온유가 태어난 날이 비슷한데 어엿한 초등학생이 된 온유를 보면 제가 이 회사에서 자라온 시간이 새삼 어마어마하게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면 티제이는 제가 입사했을 때도 지금도 이사님이시네요! 이사님 눈에 한 살 숨니와 아홉 살 숨니는 어떻게 다른가요? (*온유는 사내 1호 부부 데이빗, 제이미의 귀여운 아들입니다)
팀장이 되면 도대체 뭐가 좋죠?
팀장 승진을 앞둔 면담에서 했던 질문입니다. 무슨 일이든 납득이 되어야 다음으로 가는 저로서는 팀장이라는 직책을 받아들이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꼭 필요했어요. 팀장 발령 공지가 전사에 되고 난 뒤 동료들은 오며 가며 팀장이 될 저에게 모두 축하 인사를 건네셨죠. 그런데 저는 ‘혹시 저 축하.. 나 놀리는 건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기가 되면 요구받는 것. 회사 생활에 거쳐야 하는 하나의 시험, 관문 같은 거라면 축하받을 일이 아닌데 말이죠. 저는 그 답을 찾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팀장이 되고 난 다음에는 내면이 삐걱삐걱했습니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인데 어제는 팀원, 오늘은 팀장이 되었다고 모든 게 조심스러워졌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팀장’ 프레임을 저에게 씌워서 하나의 업무처럼 ‘팀장’이라는 업무도 잘 해내려고 애썼죠. 그러다 보니 더더욱 팀장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들만 쌓여갔습니다. 일도 많은데 팀 케어까지 해야 하는 막막함, 내가 열심히 부딪히면서 배운 노하우를 알려줘야 하는 왠지 모를 아까움, 아직 나도 배울게 한참인데 내가 과연 좋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팀원들이 수긍하는,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 불확신, 팀원들에게 부족함을 들키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책임에 대한 부담감. 무엇보다 팀원일 때 동료에게 쏟는 마음은 선의인데, 팀장이 되어서는 그 마음조차 의무가 되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본부장님이셨던 티제이를 붙잡고 괴롭혔던 기억이 나네요.. 힘드셨죠?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반면에 해내고 싶다는 오기도 있었어요. 사실 위에 나열한 팀장이 되어 안 좋은 점들은 제 안에 들키고 싶지 않은 부족함이기도 했거든요. 그렇게 저는 저에게 좋은 팀장이 되어 주셨던 분들의 모습을 겨우 겨우 흉내 내며 2년을 보냅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니 좋은 점들이 하나 둘 보이더라고요.
하나, 같이하면 좋은 결과물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저희 일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제 안에서 인정했을 때 팀장의 역할을 더 잘 해내고 싶어 졌습니다. 처음에는 '내 성장도 바쁜데 왜 팀원들을 성장시켜야지? 나는 선생님이 아니고, 여긴 학교가 아닌 걸?'이라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팀원들이 성장해야 제 프로젝트 퀄리티가 올라간다는 걸 알았어요. 특히나 아이디어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모여서 서로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나누고 그 안에서 더 좋은 게 나오잖아요. 그때부터는 제가 얻은 노하우들을 알려주는 게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마음이 들게 동기부여 하는 것도 의무가 아닌 결과적으로 저를 위한 일로 느껴졌죠.
둘, 팀장은 팀장의 역할을
팀원은 팀원의 역할을 한다
저는 책임감이 굉장히 높은 사람입니다. 자기 자랑처럼 들리 실 수 있지만 저는 이런 제 모습을 좋아하지 않아요. (다시 태어난다면 신께서 책임감을 덜 넣어주시길 바랍니다) 저에게 책임감은 ‘남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아무도 저에게 푸시하지 않는데 이 죽일 놈의 책임감 때문에 저를 부단히도 갉아먹었습니다. 그렇게 팀장으로서 몇 개의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제 태도가 오만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아니면 안 돼’
좋게 말해서 책임감이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함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툭하고 들더군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최선을 보여주고 있는데 팀원들을 나의 서포터로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창피함이 몰려왔습니다. 팀원들은 팀원의 역할, 팀장은 팀장의 역할을 할 뿐인데 말이죠. 그때부터는 각 파트별로 리더를 세워서 모두가 각자의 맡은 부분에 리더가 되어 일하는 방향으로 팀 운영 방식도 바꾸었습니다. 제 책임감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것에서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관점을 바꾸려고 노력했고요.
셋, 누군가 나를 통해 성장하는 기쁨은
엄청난 동력이 된다
저는 동료에게 마음을 많이 쏟는 대문자 F입니다. (일할 때 간혹 쌉T같다고들 하지만 확신의 F랍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팀원일 때 쏟는 마음은 선의인데, 팀장이 되어서는 그 마음이 의무가 되는 게 싫었어요. 마치,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 부모님께 가끔 연락드리는 건 사근 사근한 아들의 여자 친구처럼 보이지만, 결혼 후 가끔 연락드리는 건 역할을 잘 못하는 며느리가 되는 것처럼요. 시간과 마음을 쏟았지만 상대가 원치 않을 수 있고 돌아오는 반응에 상처받는 것도 무서웠죠.
티제이는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많이 해주시는 편인가요? 저는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늘 두 가지 기로에 서서 고민합니다. '이렇게 바꾸면 더 좋겠지만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그냥 둔다 or 그래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알려 준다' 저는 되도록 후자를 택하는 편 이에요. 후자를 택해 준 선배들 덕분에 제가 성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제 경험이니 마음 한편에 늘 '팀원들도 같은 생각일까? 원할까?' 하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죠. 누구나 칭찬을 받으면 신이 나고, 피드백을 받으면 감사하지만 속상하니까요. 그런데 이슈도 야근도 많았던 시기가 지나고 한 명 한 명 1on1 미팅을 하는데 팀원들의 공통된 한 마디로 그 불편한 마음이 모두 녹아버렸습니다.
숨니 사실 너무 힘들었는데요
요즘 일이 참 즐거워서 이상해요
이번에 배웠으니 다음 프로젝트는
저희 더 잘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힘든데 즐겁다. 같이 성장하면 힘들어도 즐거울 수 있구나. 다시 그 힘든 곳으로 기꺼이 한번 더 뛰어들어 볼 마음이 들 수도 있구나. 저에게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그 감정 끝에 제 마음속에는 기특한 마음을 가진 팀원들과 더 잘해보고 싶은 씨앗만 남았죠. 제가 주니어 때 그랬던 것처럼 팀원들 마음에 힘들어도 버티게 해 줄 유효기간 3년짜리 캠페인 뽕을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팀장을 하면 좋은 게 바로 이런 걸까요? 일이 지겨워질 법도 한데 팀원들이 성장하는 걸 보고, 재밌어하는 걸 보면서 같이 열심히 뛰어볼 마음이 들게 하는 것, 이런 거 아닐까요? 저는 차기 리더십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저에게 ‘팀장이 되면 뭐가 좋죠?’라고 물어본다면 조금은 생뚱맞지만(교과서 답안 같기도 하지만 다른 말이 생각이 안 나네요) 이렇게 이야기해 줄 것 같아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어느 한 예능에서 백종원 선생님에게 성공 비결을 물으니 ‘척하며 산 것’이라고 답하셨어요. 착한 사람인 척 살다 보니 착하게 살게 됐고, 열심히 사는 척을 하며 살다 보니 열심히 살게 됐고, 미식가인척 살다 보니 실제로도 미식가가 되었다고요. 제가 3년 전 언보싱을 했다면 저는 지금 굉장히 편협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 생각해요. 제 작디작은 경험에 매몰되어, 제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며 굉장히 고집스러운 사람이 되진 않았을까요? 하염없는 야근에 지쳐서 열정이 파사삭 식었거나 이미 그만뒀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팀과 함께 일하다 보니 더 잘 해내고 싶어지고, 팀원들이 따라가고 싶은 리더가 되고 싶어지고, 그렇게 좋은 어른으로서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팀장이 된다는 건 팀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마음에 드는 저를 만드는 일이라는 걸 3년 차가 되니 어렴풋이 알게 되었네요.
일담화에 싣지 못했지만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글
퇴사 전, 1년 반 남짓 정말 좋은 팀과 일했습니다. (그전에도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했지만 그때는 팀장 역할을 제대로 못한 초짜 팀장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는 늘 부족했지만 팀원들이 오며 가며 편지에 적어 준 팀원들의 시선 속 제 모습이 좋아서 팀 앞에서 만큼은 정말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노력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휴대폰 사진첩에는 '리더'라는 글자만 보여도 글을 캡처해 두는 바람에 남자친구랑 찍은 사진보다 이런 캡처본이 더 많습니다) 실력 있는 리더가 강한 팀 좋은 팀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좋은 팀을 만나면 좋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팀이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팀 덕분에 끝까지 제가 지켜야 하는 선을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퇴사 후 늦은 송별회를 하면서 고마운 팀원들에게 꼭 두 가지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는 정말 맛있는 저녁 대접하기. 늘 저녁 먹는 것도 잊고 일하는 저한테 '숨니~ 오늘은 이런 거 땡기지 않으세요?' 하면서 신나는 얼굴로 저녁 시간을 알려주던 팀이었어요. 중요한 제안을 앞두고 막막함, 책임감에 짓눌려 있다가도 팀이랑 밥 먹고 수다 떨다 보면 '에이, 그깟 일이 뭐라고. 얘네랑 하는데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에 책임감에 짓눌려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곤 했죠. 야근밥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배달 주문을 한번 안 한 못난 팀장의 빚을 이 한 끼로 다 갚을 순 없겠지만 비싸고 건강하고 맛있는 밥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마음의 빚을 '조금' 이나마 갚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막막할 때 들여다볼 '믿는 구석' 만들어 주기. 어릴 때 놀던 모습이 지금 회사에서 동료들과 어울려 일하는 내 모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팀원들과 이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정말 비슷하더라고요. 퇴사를 준비하며 10년간의 기록을 정리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1년 차 숨니와 10년 차 숨니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강점은 조금 더 뾰족해지고, 약점은 보완되거나, 보완하는 방법을 찾았거나의 차이정도랄까요. (저를 10년 간 봐 온 인사 팀장님은 퇴사 면담에서 '인턴 면접'에서 자기소개하던 10년 전 숨니와 퇴사 후 어떻게 살지를 이야기하는 10년 뒤 숨니가 겹쳐 보인다고 이야기해 주시기도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10년 전 자기소개 파일을 열어봤는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냥 ‘숨니’ 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선물은 제가 쓴 각자의 평가서입니다. 저희 회사는 1년에 한 번 평가 면담(연봉 재계약 미팅)을 거칩니다. 내가(자기평가), 직속 상사가, 함께 일한 다양한 유관부서 팀원들이 나를 평가(다면평가)하고 그 코멘트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자리입니다. 아무튼, 평가서를 출력해서 선물이라고 주는 사람은 아마 저밖에 없겠죠? 출력하면서도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지어, 팀원들이 밥을 다 먹고 서류 파일을 꺼내는 저를 보며 이제 밥을 다 먹었으니 보험 서류에 사인을 하면 되냐고... (숨니본색)
저는 제가 스스로 체감될 만큼 성장하기 시작할 때가 언제였는지 돌아보면 '나 스스로 내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알았을 때' 였던 것 같아요. 일하는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 다음에는 강점은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 강점으로, 약점은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데 시간을 썼죠. 그러다 보니 조급함은 줄고 자신감은 생기고, 그때부터 일이 재밌어졌어요. 제가 그렇게 성장했기 때문에 팀장을 하면서 가장 시간을 많이 쏟는 부분이 '팀원 평가서 쓰기'였는데 애정을 갖고 세세하게 관찰한 이 평가서가 이 친구들에게 앞으로 일하는데 믿는 구석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중심이 흔들릴 때 이 오렌지 봉투를 열어보면 스스로를 한번 더 믿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준비한 선물입니다. (찔려서 그런 건 아니고 진짜 선물 맞아요..)
저는 리더로서 부족함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럴 때마다 팀 친구들이 써 준 편지를 몇 번이나 꺼내 읽었어요. 읽고 나면 다시 해 볼 용기가 어딘가에서 우러나왔습니다. 책 <응원하는 마음>에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는데요, "내가 나를 못 믿을 때는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를 믿으세요". 나 스스로도 내가 못나 보일 때 저를 믿어주는 팀원들을 보며 다시 잘해 볼 용기를 얻은 것처럼, 팀원들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 앞으로도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을 수 없이 마주하겠지만 그래도 나만의 반짝이는 강점을 믿고 '한번 더 해내 볼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빚진 마음에 대한 보답, 리더로서 진심을 담은 마지막 선물이었어요.
셀리나가 오웬에게
오웬은 팀 이동이 잦았던 만큼 여러 팀장님들을 경험했는데,
"팀장님 이런 점이 좋았다!" 하는 부분이 있나요?
나중에 저도 리더가 된다면 써먹고 싶어요!
오웬의 답장
안녕하세요 팀 이동 전문가 오웬입니다.
안 그래도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팀 이동에 대한 질문, 그리고 팀장님과의 케미에 대한 질문들을 참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네 분의 팀장님을 겪으며 배운 점은 업무적인 부분도 크겠지만 가장 큰 배움은 ‘인간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 시간에 많은 팀을 겪다 보니 오히려 업무의 방식이나 배움의 과정에는 큰 편차가 없다고 생각해요. 주변 친구들도 이러한 제 답변에 의문을 가지기도 하지만 결국 ‘일’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귀결되는 것이기에 정말 약간의 스타일 차이만을 느꼈던 거 같아요.
입사 첫 팀장님께 배웠던 것은 ‘유연함’이었던 거 같아요.
어떤 급박한 일이라도 정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 그리고 의연하게 과제들을 해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려움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방법을 정말 많이 배웠던 거 같아요. 뿐만 아니라 팀을 운영하시면서 수많은 변수가 있었는데 그 변수를 흔한 상수로 대하며 팀원이 동요하지 않게 만들어 주셨던 모습에서 정말 많은 배움을 얻었던 거 같아요.
두 번째 팀장님께 배웠던 것은 ‘자신감’이었어요.
급작스레 직무가 바뀐 후 맞이한 첫 팀의 팀장님은 ‘자신감’으로 단단하게 뭉쳐 있었던 팀장님이셨어요. 입사 후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백지나 다름없는 상태로 팀에 합류했던 터라 굉장히 주눅 든 상태로 업무에 임했던 거 같아요. 그때 팀장님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어깨를 툭 치시면서 ‘오웬 그냥 해보는 거야!’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어쩌면 그 한마디가 저를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준 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제게 큰 자신감을 주었던 한마디입니다.
세 번째 팀장님께 배웠던 것은 ‘업을 대하는 태도’ 였어요.
주변에서 세 번째 팀장님께 기대하는 건 ‘꼼꼼함’이라고 다들 말하지만 생존형? 오웬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제게 처음으로 일을 ‘업’의 관점으로 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고, 능력 이전에 태도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셨던 분 같아요. 태도라는 관점이 제 머릿속에 들어오니 내가 적는 한 글자 한 글자를 조금 더 신경 써서 쓰게 되었고 모든 일에 주인 의식을 가지는 습관이 생겼던 거 같아요.
현재 팀장님이신 네 번째 팀장님께 배우고 있는 것은 ‘언어’입니다.
현 팀장님은 스쳐가는 말 한마디, 건네주시는 쪽지 속 단어 하나하나까지 언어의 감도가 너무나도 뛰어나신 분이셔요. 그래서 간단한 한 마디를 건네시더라도 저에겐 깊이 있는 단어의 모둠으로 들려옵니다. 특히 팀장님이 발표하실 때 옆에서 팀장님의 언어를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듣는 걸 좋아하는데요, 상대를 배려하되 명확히 의사를 전달하는 모습이 멋있어 요즘 그 능력을 몰래몰래 훔쳐먹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팀장님이 된 셀리나를 상상하니 벌써부터 훔쳐먹을 것이 너무 많아 보이네요! (전과 4범의 확신) 일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셀리나의 모습 그대로 팀을 이끌어간다면 이미 배울 점을 차고 넘치는 팀장님이 되실 거라고 감히 예측해 보아요. 셀리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많은 후배들이 셀리나의 팀장님 데뷔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좋은 사람이기에 좋은 팀장님이 되실 거예요)
솔의 답장
셀리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만났던 좋은 리더들의 면모를 적어두고 갑니다.
회사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시고 문화를 잘 느끼게 해주는 분
주로 팀이라는 작은 커뮤니티로 일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특정 본부, 크게는 회사 안에 소속된 사람들이잖아요. 회사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것 또한 팀장님의 역할인 것 같아요. 제 직무 때문이 아니고(*5화 참고. 솔은 PX매니저입니다) 회사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시는 팀장님 아래 있었기에 저도 소속감을 갖고 회사에 기여할 부분을 찾고, 더욱 사랑할 수 있던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리더십 미팅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을 팀 미팅 때 활발히 공유해 주셨어요. 이걸 들으면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어느 팀이 지금 일이 조금 많겠구나(응원해 줘야겠다!) 등의 생각까지 이어지더라고요. 공유해 주신 덕에 우린 한 팀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회사에 건의사항이 모이면 멋지게 들고 가서 논의해 주시고, 회사가 추구하는 문화를 현업 과정 속에서 진하게 느끼게 해 주셨어요. 저는 팀장님들 한 분 한 분이 Culture evangelist라고 생각해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고 대화에 열려 계신(Availability) 분
아무리 친한 팀장님이라도 고민을 나누거나 미팅을 할 때는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기 마련이죠.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된 분이라면, 그리고 감정적이지 않고, 미팅을 요청을 했을 때 곧바로 시간을 내어주시는 분이라면 팀원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미팅 요청할 때마다 심장이 쿵쿵 내려앉던 과거의 경험들이 있었기에 이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너무도 압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분들은 대화의 결론도 좋은 방향을 향해있어서 미팅 끝나면 “아, 팀장님이랑 대화하길 잘했다!”며 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꾸준히 정진하는 팀장님
백문이 불여일견. 행동으로 귀감이 되어주시는 분. 말해 뭐해요!
(*4명의 객원멤버가 함께 해주었습니다. 솔은 5화에서 소개되었습니다)
밥벌이로 일을 시작했다고 하시지만 제 눈엔 누구보다 재밌게 이 일을 즐기시는 1n년차 디렉터입니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노가리 깔 때(장난과 의미 없는 대화 그 언저리) 가장 행복해 보이세요
10년 차인 제가 헤아리지 못하는 영역이 있을 수 있어 이 프로젝에 초대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 노션에 초대받고 펜팔 훔쳐보는 것 같다고 신나 하시던 이사님 (ㅋㅋㅋ)
이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늘 도움 요청하면 '아유~ 물론이죠'라고 해주시는 든든한 뒷 배!
9년 차 숨니와 2년 차 오웬 사이 6년 차 팀원으로 팀의 허리(=코어, 중책)를 맡고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후배들과 팀장 사이에 껴서 일하는 굉장히 난이도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리더 타이틀을 달기 전 준비선에 서 있어 고민이 많습니다
글쓰기 프로젝트가 끝난 후 지금은 한 팀을 이끄는 어엿한 팀장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