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by 수빈 Soobin

슬픔이란 것은 복잡하다. 나에게 있어 슬픔은 그렇다. 내가 슬프지만 타인은 슬프지 않은 경우가 있고, 나는 슬프지 않지만 타인에게는 슬픈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복잡하다. 슬퍼해야 하나. 슬퍼하지 않아야 하나. 모르겠다. 슬픔을 공부하는 것은 꽤 슬픈 일이다.


누군가의 슬픔을 볼 때, 나는 복잡하다. 슬픔을 느끼고 싶지만 그 슬픔이 온전히 와 닿지 않아서 괴롭다. 당신의 슬픔이 무엇 때문인지 알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 괴롭다. 그럴 때 슬픔은 복잡하다.


슬픔의 정도는 나에게서 타자, 타자에게서 사회로 확장되면서 감소한다. 내가 겪는 슬픔은 세상이 겪는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다.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것처럼, 나의 슬픔과 타자의 슬픔은 구별된다. 그런데 이것이 수면 위로 올라와 현실에서 마주칠 때, 나는 혼란스럽다. 나는 왜 저들의 슬픔에 공감할 수 없는가. 저들은 왜 나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가. 슬픔을 공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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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어에는 세계가 빠져 있다

그것을 나는 어젯밤 깨달았다

내 방에는 조용한 책상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


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울고 있다!

심지어 그 독하다는 전갈자리 여자조차!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슬픔에 대해 아는 바 없다

공에게 모서리를 선사한들 책상이 될 리 없듯이


그렇다면 이제

인간은 어떤 종류의 가구로 진화할 것인가?

이것이 내가 밤새 고심 끝에 완성한 질문이었다.


(그러고는 영원한 침묵)


- 12p, 심보선, <슬픔이 없는 15초>,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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