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장편소설, <아메리카나>
아디치에의 책은 '우모페'가 처음이었다. 엄마에게도 권하고, 주변에도 거리낌없이 건넸던 책이었다. 이 책을 기점으로 내 가치관은 아주 많이 달라졌다. 세상을 보는 시선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졌다. 그만큼 아디치에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런 그녀가 비문학이 아닌 문학 책, 그것도 소설을 내다니. 내게 있어서는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두꺼운 책을 무서워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과감히 집어들었다. '이번 주말 안으로 반드시 널 읽고야 말겠어'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다행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두 책 모두 순식간에 읽었다. 전혀 어렵지 않았고, 읽어 내려가는 맛이 있는 책이었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은 책. 역시 아디치에답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대학생 이페멜루는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유학을 가지만, 현실은 그녀의 상상과 전혀 달랐다. 삭막한 분위기, 나이지리아와는 너무나 다른 문화, 일자리조차 너무나 얻기 힘든 곳, 미국은 그녀에게 뼈저린 현실을 알려준다. 외국인, 여성, 인종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서 그녀는 점점 지쳐간다. 결국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친구 '오빈제'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차마 말하지 못한 채,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그녀 뿐일까. 오빈제, 우주 고모 등 각 인물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험난한 타지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인종, 성별, 종교, 이민제도 등 사회는 그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낭떠러지로 몰고가지만,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 버틴다. 그 과정에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도, 비참하고 안타까운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마냥 무겁지 않다. 오빈제와 이페멜루가 각자의 위치에서 버티고,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이 책은 상당히 다채로운 매력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몇 단어로 특정 짓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성장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차별'은 각기 다르지만, 차별로 인한 '상처'는 누구에게나 같으니까. 우리는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오빈제와 이페멜루의 상처를 공감한다. 그리고 그들의 상처가 무엇에서 기인한 것인지, 왜 상처를 받게 되는 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책을 읽을수록 우리 독자들은 조금 더 진중해지고, 성장한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