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폭포, 이과수에 가다

내 맘대로 매기는 베스트 남미 여행지

by 숲피

18시간의 버스 여행 : 생각보다 여행 체질?


다행히 나에게 버스 안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평소에 가끔 멀미를 하기 때문에 남미에서 장거리 버스를 타야 할 일이 많아 걱정했었는데, 멀미약을 아껴둘 수 있게 됐다.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꼴까닥 잘 만큼 예민하지 않은 덕분에 버스를 기본 5시간 이상씩은 타야 하는 것에 꽤나 적응을 잘해나가고 있었다.


장거리 버스를 타는 날에는 버스에 가지고 탈 보조 가방을 꼼꼼히 체크한다. 치약과 칫솔, 조그마한 여행용 폼클렌징과 로션, 이어폰은 앞주머니에, 목베개는 그 뒤에. 혹시나 에어컨 때문에 버스 안이 추울지도 모르니 경량 패딩도 챙기고, 만에 하나 심심할 수 있으니 가이드북과 볼펜 한 자루도 뒷주머니에 챙긴다. 마지막으로, 처음 서는 휴게소에 내려서 얼른 양치와 세수를 마치면 취침 준비 완료!


이번에도 역시나 훅훅 입바람을 불어넣은 목베개에 고개를 박고 푹 자다 일어나니 아침이다. 아우- 잘 잤다. 잠시 후 멈춘 중간 경유지에서 옆에 앉은 여자가 짐을 챙기고 내릴 채비를 한다. 앗싸- 웬 떡이냐. 남은 시간 편하게 가겠구나. 경유지를 지나고 나니 버스가 반은 비어버렸다. 옆 좌석에 편하게 몸을 뉘이니 남은 시간 여정이 더 편안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자느라 귀에서 빠져 있던 이어폰을 다시 끼고 노래를 선곡했다. 이 아침에 어울리는 노래로 틀어야지. 창틀에 올린 발가락을 까닥이며 장단을 맞추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아침을 맞아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은 한껏 빛나는 노랑과 밝은 초록을 머금었다.


어느새 길고 긴 버스 여행이 끝이 났다. 버스에서 내리니 오후 네시가 다 됐다. 상파울루에서 버스를 탄 게 전날 밤 열 시쯤이니 18시간 정도를 버스 안에서 있은 셈이다.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기지개 한 번 쭉 펴주고 나니 아주 개운하구나!




브라질의 마지막 여행지 : 포스 두 이과수(Foz do Iguaçu)


드디어 브라질의 마지막 여행지, 포스 두 이과수 마을에 도착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니, 마지막이 아주 좋다. 새하얀 베갯잇과 사각거리는 이불보에 싱글 침대까지. 2층 침대가 들어찬 도미토리에서만 묵다 보니 이번에 묵을 호스텔은 호텔이 따로 없었다. 2층 침대는 1, 2층 할 것 없이 상대방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바람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깔끔한 화장실과 넓은 공용 키친을 갖췄고 무엇보다도 에어컨도 빵빵, 와이파이도 빵빵이다. 호스텔 내의 바에선 웰컴 드링크도 준다. 최고의 조건을 모두 갖춘 이 곳은 나한테 별점 다섯 개짜리다. 남미 여행 중에 이보다 좋은 숙소를 발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 빵빵한 에어컨과 와이파이와 함께라면 여기는 천국.


장거리 이동으로 찝찝해진 몸에 얼른 샤워를 마치고 저녁거리와 다음날 이과수에서 먹을 점심거리를 사러 길을 나섰다. 깨끗이 씻고 나온 것이 무색할 만큼 찝찝한 습기가 금세 온몸을 뒤덮어 버렸지만, 작고 조용한 이 마을에 어느새 정이 붙고 있었다.


마트는 또 왜 이리 큰 건지. 신이 나서 요거트며 요구르트, 초콜릿 과자, 빵, 쌀, 다음날 점심으로 먹을 핫도그 등 한 손 가득 장을 보고 나니 마음이 든든하고 풍족하다. 숙소로 돌아와 전 날 한인 마트에서 사 온 라면을 끓이고 쌀밥을 지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런 숙소에서 고작 1박 밖에 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 작지만 단정한 포스 두 이과수 마을.




폭포로 가는 지옥의 버스길


전 날 호스텔 직원에게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위치를 확인해 뒀다. 약도를 들고 안내받은 대로 정류장에 가서는 푹푹 찌는 더위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나를 이과수로 데려다 줄 버스가 빨리 와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질 않았다. 절대 제때 오지 않는 남미 버스에 적응할 때도 됐지만, '여기가 과연 맞나' 싶은 의심이 슬금슬금 기어올라 오고 있었다. 그때, 관광객처럼 보이는 외국인 두 명이 정류장에 다가선다. 그렇다면 여기가 맞다. 조금 더 기다리니 정말 포즈 두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버스가 멀리서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에는 당연하게도(?) 에어컨은 없었다. 하필이면 내가 앉은 창가 쪽으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에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누군가 사람들을 버스에 밀어 넣고 요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해를 피해 서서 가면 된다지만, 그럼 열린 창틈 너머로 생명수와 같이 불어오는 바람을 포기해야 했다. 결국 나는 남방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창문에 매달려 가는 것을 택했다.


한창 여름인 남미의 12월, 더운 날씨는 당연하지만 이과수 국립공원이 있는 이 지역은 습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강렬한 태양에 습기마저 더해지면 푹푹 찌고 타들어가는 최강 더위의 완성이다.




이과수 국립공원의 시작 : 꾸아띠(Coati)를 조심해!


내가 포스 두 이과수에 온 이유는 바로 세계 3대 폭포로 손꼽히는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사실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세 국가의 국경에 접하고 있다. 그래서 이과수 폭포를 제대로 보기 위해 보통은 브라질 쪽에서 한 번, 아르헨티나 쪽에서 한 번, 총 두 번을 방문하게 된다.(파라과이는 폭포 접근이 어렵다.)


이과수 국립공원에 도착해서 표를 끊고 입장을 하면 입구에서 폭포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까지 왕복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15분 정도 산책로로 가는 동안 버스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 또한 예술이다. 버스 양 옆으로 이파리가 무성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불어오는 바람이 이과수의 찌는 더위를 잠시나마 잠재워 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책로에 내려서면 왼 편엔 (아마 이과수 폭포에서 가장 가까운) 멋진 호텔이 있고, 오른편엔 산책로의 입구가 있다. 산책로에 다가서면 저 멀리 폭포가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다.


머지않아 많은 인파를 환영하듯 브라질의 야생 동물 꾸아띠가 슬금슬금 나타나 사람들을 반겼다. 입이 길고 뾰족한 너구리 같이 생긴 이 귀여운 친구에게는 사실 무서운 비밀이 있는데, 이 귀엽고 순진한 외모 뒤에 날카롭고 길쭉한 이빨과 음식 냄새를 귀신 같이 맡는 예민한 후각, 한번 달려들어 물고 나면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는 근성을 숨기고 있다는 거다.


귀여운 외모에 속아 넘어가면 큰일 난다. 사진에서만 보던 꾸아띠가 반가워 다가갔다가, 음식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고서는 내가 들고 있던 검은 봉지에 이빨을 드러낸 채 달려드는 꾸아띠에 기겁할 뻔했다. 그 뒤로 나는 다시는 꾸아띠 근처에 가지 못했다. 실제로 국립공원 안에는 꾸아띠의 발톱에 긁힌 상처 사진과 함께 꾸아띠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쓰인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 산책로로 가는 길(좌)과 꾸아띠(우).




이과수, 나이아가라 저리 가라


멀리 수십 개의 폭포가 이루어 내는 장관에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는 수많은 순간들. 내가 폭포에 반하게 될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다. 잘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이과수 국립공원 내의 수십 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폭포와의 조금은 먼 거리에 아쉬울 즈음엔 이과수의 하이라이트, 악마의 목구멍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이과수 악마의 목구멍.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 악마의 목구멍 앞으로 갈 수 있는 다리가 길게 뻗어 있다. 튀어오는 물방울을 맞으며 한걸음 한걸음 마지막에 다가서면 폭포는 그 거대한 손으로 지친 여행자들을 위로하듯 더위를 한꺼번에 씻어내려 준다.


폭포수가 너무 시원해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폭포의 바로 아래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소리와 규모에 순식간에 압도당하고 만다.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가 시원하게 귓가를 간지럽히고, 어느새 주변의 소음은 귓바퀴 뒤 어디쯤으로 멀어져 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바닥을 만나기도 전에 하얀 물보라가 되어 주변을 휘휘 감싼다.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 이과수 폭포의 전경.


발밑으로 펼쳐지는 아득한 절벽과 끊임없이 흘러 내려오는 거센 물줄기, 그리고 온몸을 적시는 시원한 폭포수. 쉴 새 없이 솟아나는 하얀 눈보라와 눈부시게 피어난 무지개. 머리 위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에 온 몸이 푹 젖어도 상쾌하고 개운하기만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과수에서의 최고의 순간은 말할 것도 없이 거대한 입을 한껏 벌린 폭포 바로 아래서, 세찬 물보라에 온 몸이 흠뻑 젖어도 좋았던 바로 그 순간이다.


▲ 폭포 앞에서 맞이한 최고의 순간.


장엄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가 세상에, 그곳에, 바로 지금 존재함이 감사한 순간이었다.






<여행자를 위한 작은 Tip>
*포스 두 이과수 숙소는 CLH(Che Lagarto Hostel)를 강력 추천한다. 터미널과 거리도 가깝고, 시설도 아주 좋은 편이다.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은 아르헨티나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다 둘러보는 데 천천히 걸어도 2-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폭포 구경 후 다른 도시로 이동하거나 다른 도시에서 이동 후 폭포를 구경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니 일정을 짤 때 고려하도록 하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