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남미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를 꼽으라면 대체적으로 꼽히는 두 나라가 있다. 바로 브라질과 콜롬비아다. 브라질은 실제로 연간 5만 건 이상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다. 무장 강도가 총구를 들이밀고 귀중품을 갈취하고, 괴한이 나타나 강도 짓을 하는 곳. 대낮에도 총격전이 벌어지고, 마약상과 갱단이 거리를 활보한다. 폭행이나 절도, 소매치기, 날치기는 그보다 더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래서 고급 공동 주택이 즐비한 브라질의 부촌엔 사방에 CCTV와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이 쳐져 있고 무장한 경비들이 보초를 선다. 실제 현지인들은 언제든 강도를 당할 상황을 대비해 강도에게 줄 '가짜 가방'과 '진짜 가방'을 구분하여 들고 다닌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라질의 방탄차에 대한 수요가 세계 최대인 건 놀라울 일도 아니다.
이런 브라질에서 여행자들이 겪은 사건도 상당하다. 강도를 만나 핸드폰이며, 지갑이며, 카메라며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모두 빼앗긴 이야기, 사람들이 많은 대로변이었음에도 날치기당한 이야기, 인적 드문 거리에서 괴한을 만나 죽을힘을 다해 도망친 이야기…. 다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조심 또 조심하라고 말하는 곳이 바로 브라질이다.
다행히 위험한 일은 없었다. 치안이 항상 문제시되고 있는 곳이니만큼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기본적인 수칙은 꼭 지키고 하지 말라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내내 누군가와 함께 다녔고 이동 시에는 우버를 탔으며,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은 곳에서는 카메라는커녕 핸드폰도 꺼내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곳은 돌아갔고 밤늦은 시각엔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은 어찌할 수 없을지언정 내 안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했던 듯싶다.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짧은 시간 브라질을 거쳐 오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일지도 모른다. 브라질이 안전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위험한 일이 현재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니 여행객인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조심해야 한다. 낯선 타지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우리 자신 뿐이니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위험한 곳일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친절하다. 그곳엔 내가 도움을 구하기도 전에 먼저 다가와 기꺼이 도움을 베푸는 사람들이 있고, 포르투갈어를 할 줄 모른다고 하면 발 벗고 나서서 온몸을 써가며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지나가는 상점에서, 길거리에서 눈 맞추며 다정하게 웃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노래와 춤이 일상인 흥 많고 정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브라질도 다 사람 사는 곳이었다.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브라질. 어쩌면 '브라질은 위험한 곳'이라는 하나의 명제로 정의되어서는 안 될 곳일지도 모른다.
직접 가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내가 느낀 브라질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존재하는 곳이다.
잔뜩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눈치를 살피는 내게 이곳 사람들은 다정한 눈빛으로 흔쾌히 친절을 베풀었다. 무거운 배낭을 혼자 매지 못해 끙끙대자 도와주러 다가온 사람들이 수 명은 되며, 터미널에서 혹시나 택시 강매를 하러 다가오는 걸까 싶어 흠칫 놀라며 피하던 내게 기사 아저씨는 단순히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줬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좌판을 떠나는 행인에게 흔히 던져지는 무심한 눈빛을 기대한 내게는 "웰컴 투 브라질!"을 외치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뒤따라올 뿐이다.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노 포르투기즈"라고 미안하다는 듯 말을 건네면 안타까워하면서 안 되는 영어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브라질에서의 짧은 기억이 이토록 진한 커피 빛이다. 그들의 유쾌한 웃음과 눈빛, 그 안에서 느껴지는 다정함과 여유가 긴장으로 굳어있던 내 근육을 유연하게 했고, 브라질을 떠나는 내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아무래도 남미의 첫 여행지가 악명 높은 브라질이다 보니 들려오는 흉흉한 사건들에 귀를 닫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끊어버린 항공표를 취소하기도 내키지 않았기에 최소한의 일정으로 계획한 열흘 간의 브라질 여행.
브라질에서의 짧은 일정을 이토록 아쉽게 만드는 것의 팔 할은 아마도 순수하고 따뜻한 눈을 지닌,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 덕분일 거다. 이렇게 나는 한없는 아쉬움과 함께 브라질을 다시 찾을 좋은 핑곗거리를 하나 얻었다.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Tip>
*브라질은 땅이 큰 만큼 장거리 버스가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어 버스로도 편안한 여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리 예약만 한다면 비행기 표가 버스표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싼 경우도 있으니 일정이 정해진 경우라면 비행기 표를 미리 끊는 게 나을 수 있다.
*브라질 여행 루트 : 리우 데 자네이루(3)-파라찌(3)-상파울루(2)-포스 두 이과수(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