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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나 Jul 10. 2020

이번이 아니면 언제

캐나다

 어른 넷만 식탁에 모여 앉았다. 애들 둘은 잠들었고, 동생네 부부와 우리 부부는 캐나다 여행에 대해서 상의했다. 마지막까지 다 같이 갈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 않았는데, 동생네가 가기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번이 아니면 언제 우리 두 가족이 같이 캐나다를 여행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했다. 제부의 휴가를 최대한 쓸 수 있는 대로 써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0일이었다. 토론토를 가기 전에 나이아가라를 들리고, 토론토에서 3일, 오타와에서 1일, 퀘벡에서 2일, 몬트리올에서 3일 머물고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다.


우리의 첫번째 여정, 나이아가라 폭포

차를 타고 5시간 달려서 그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에 도착했다. 워낙 유명하고 티비에서 많이 봐왔던 곳이라 사실 많이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역시 사진이나 동영상이 자연의 장엄함을 담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직접 눈으로 봐야만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의 위대함은 절대 카메라로 다 담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내 발로 걷고, 카메라 렌즈가 아닌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게 귀한 것 같다. 다시 한번, 아무리 유명하고 익숙한 곳이라도 무엇을 통해 보거나 누구를 통해 듣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보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배운다.


토론토에서 3일


토론토는 대도시의 매력을 잔뜩 지니고 있었다. 토론토 전경을 볼 수 있는 씨엔 타워도 올라갔고, 애들 만큼 어른들도 좋아했던 리플리즈 아쿠아리움에 갔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상어가 있는 수족관 아래 터널을 만들어 나서 애들이 기어가고 위에는 상어가 지나다녀서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게 되어있는 곳이었다. 애들이 혼자 가기 무서워해서 같이 그 터널을 기어 가는데, 잠시 동안이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시티 패스를 사면 유명 관광지를 할인된 가격으로 가 볼 수 있어서, 패스에 나온 카사 로마도 가고 동물원에도 들렸다. 그리고는 토론토 섬을 갔는데,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는 토론토의 야경은 거기 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오타와에서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무료 전시회


다음 도시인 오타와에서 도착한 지 얼마 안돼서 국회의사당에서 라이트 쇼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착하자 부랴부랴 초밥을 포장해서 비 오는 오타와를 아이들을 안고 걸었다. 비가 와서 쇼를 보면서 저녁을 먹으려던 우리는 먹지 못하고, 우선 최대한 비를 피해 가며 라이트 쇼를 보았다. 저녁때가 한참 지나서야, 주린 배를 참지 못하고 길거리에 지붕이 있는 곳을 겨우 찾아 초밥을 주섬주섬 먹었다. 왜 이리 사서 고생이야 말할 수 있지만, 그 고생도 즐거운 추억이란 걸 그 순간에도 알고 있었다. 비 오는 밤거리에서 먹었던 그 초밥은 어찌 그리 맛있을 수 있었는지.


비오는 퀘벡에서


다음 일정이었던 퀘벡은 여기가 정말 캐나다인가 할 정도로 유럽의 어느 도시 같다. 이제껏 여행했던 도시와는 전혀 다른 분이기이다.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 유럽에서 느꼈던 아기자기함이 가득하다. 예쁜 상점들이 즐비하고, 길을 걸을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풍경들이 넘쳐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프랑스어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비가 질척 질척 오는 그 날의 퀘벡을 우비를 입은 우리 여섯 명은 걷고 또 걸었다.


마지막 일정, 몬트리올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몬트리올이었다. 몬트리올 역시 걷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프랑스어가 들려왔다. 캐나다에서 길을 걸으며 프랑스어를 듣고, 포르투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몬트리올은 다양한 문화가 다른 도시보다 더 어우러져 있는 것 같다. 한국음식도 인기가 있는지 한국 음식점도 꽤 여러 개 봤다. 몬트리올 전체를 보려면 몽로얄 공원에 가면 좋다. 특히, 노을이 지는 몬트리올을 공원 꼭대기에서 보니 이곳에서 캐나다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네 가족과 어쩌면 무리일 수도 있는데, 10일 동안 네 개의 도시를 둘러봤다. 장시간 운전하느라 피곤할 텐데 힘든 내색 없이 딸을 무등 태워 걸어가는 제부와 그 옆에 웃고 있는 동생을 바라보니 내 마음이 뿌듯하다. 동생이 마음이 따뜻한 제부를 만나,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다행이다. 동생의 무거운 어깨가 이제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친척들 집에 살았던 동생의 어린 시절은 평탄치 않고 불안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두운 터널을 걸어 나와 밝은 하늘빛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런 환한 동생의 얼굴을 뒤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싸워 나아갈 삶의 무게들이 있지만, 그래도 동생은 이미 알고 있다. 아픔이 나쁘지만은 않은 걸, 어려움이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만은 아니란 걸 말이다.





2017.9.2- 2017.9.10 의 여행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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