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백써 #10, 물건 백 가지에 대해 써 봄.
건강이 나아진 후로, 한동안 멈췄던 새벽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처음엔 워밍업 삼아 걷기 정도만 했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아파트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는 몸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조깅을 하고 있다. 못해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뛰려고 하고 있고, 야근이나 컨디션 난조로 몸이 무거워진 주말에는 이른 아침에 아내와 동네 여기저기를 걷는다.
딱히 살이 빠진 것도 아니고, 몸 어딘가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도 없다. 물론 그런 걸 바라고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헐떡거리는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이따금 평소라면 들지 않았을 기분과 심상이 밀려오는, 딱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묘한 느낌이 좋아서 새벽마다 조깅에 나서는 것 같다.
얼마 전, 보슬비가 내리던 날에는 천변 길을 뛰러 아파트 단지를 나서다 뒤로 미끄러질 뻔했다. 상가 지붕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운동화 바닥을 살펴보니, 올록볼록했던 그것이 닳아서 평평해진 게 눈에 들어왔다. 때마다 일정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매번 달랐던, 나의 새벽과 하루하루의 무게가 어쩐지 거기 새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오늘, 그 낡은 운동화를 버렸다. 새로운 운동화의 촉감이 아직은 낯설다. 금방 또 익숙해지겠지만 닳은 운동화 바닥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생경하기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