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수 없는 밤은 길어질수록 불면에 익숙해져 버렸다. 잘 자는 걸 포기해버리니 이제 조금은 잠이 들어서 낮에 조금 피곤한 것 말고는. 왜 과거에 끌려 다니는지. 하지만 내가 마음대로 떨친다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덮어두고 모른 채 지낼 수는 있지만 결국 한번 툭 터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이상한 마음의 상처.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이었다면 지금 조금은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많이 늦었고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 미래는 당장 내일의 것을 상상하고 계획해도 어차피 다 틀어지는 요지경인 세상에서 너무 과거와 미래에 매여 현재를 망치지 말아야 한다. 과거는 지나간 이들이고 지나간 사건들. 지금도 피해를 주고 있긴 하지만 미미할 뿐이고. 결국 나를 망치는 것은 남겨진 상처들 뿐이 아닌가 싶다. 악인은 그렇게 보내버려 제대로 사과조차 받을 수도 없게 되었고. 그걸로 만족하며 나에게 빚진 건 이걸로 퉁친다고 생각한다. 더는 엮이거나 희생량이 되고 싶지는 않다.
다행인 건 마음의 상처도 몸의 상처와 마찬가지로 한번 터지면 결국 아문다는 것이다. 마음이 안정되어 가니 살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생각이 또 많아진다. 하나하나 세워놓은 플랜들을 점검하면서 그것이 아픈 과거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깨닫는다. 현재를 희생하면서 과거를 피하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내가 정당한지, 그게 정말 나의 봄에 가는 길인지. 어쩌면 나는 미래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봄을 위해 현재의 봄을 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은 빠르게 달려가는데, 2년 전에 세웠던 2년이라는 시간이 급행열차처럼 내리기로 한 종착지 한정거장 전 같은 이 느낌. 지금의 열차에 몸을 싣고 모른 채 가고 싶다. 하지만 나란 사람이 애초에 그런 걸 누릴 자격이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