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란

by 수리향


컴컴한 새벽, 밝은 달. 오리온자리가 등성에 머물러 나를 바라본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을 것 같은데 집에 돌아와 아침을 먹으니 어느 사이 날이 밝았다. 밥 볶은 향과 어우러진 푸르스름한 아침의 공기는 언제 맡아도 참 좋다. 툭툭 털고 출근이란 걸 해야 하는데, 이제 마지막 시험도 공부해야 하는데 나는 또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뭔가 바쁘게, 근데 은근히 게으르게 지내는 일상. 해야 하는데 하고는 싶은데 여전히 안 하고 있는 이 게으름이란.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묘한 쾌감. 잔소리는 이제 내면의 웅얼거림만 남았는데 그에게 조차 청개구리 놀이를 하고 싶은가 보다.


이를 닦기 전에 생각나는 코코아 한잔처럼. 치과는 가기 싫은데 초콜릿 먹고 오랫동안 여운을 간직하고 싶은 심보처럼. 게으름은 가끔 몸에 베여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나는 참 좋다.


하지만 어차피 마감일이 있으면 박차고 일어나야지. 잠시만 잠시만 게으름의 옷자락을 붙들고 싶다. 영원히 시곗 바늘의 1분에서 멈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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