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낮에 비가 내린 적은 있어도 밤에 비가 조잘대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달리 말하면 밤 기온도 제법 따뜻해졌다는 것이니 이곳도 완연한 봄이구나. 저녁 산책 때 개나리가 활짝 핀 것을 보았다. 이곳 사람들도 개나리를 개나리라 부른다. 벚꽃도 핀 것 같은데 한국보다 벚나무 개체 수가 적은 건인지 내가 다른 나무와 착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봄비가 제법 많이 내려 꽃이 다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이제 푸른 싹이 트기 시작한 가로수 나뭇가지들에 무엇이 피어날지 궁금하기도 하다.
학교에도 이제 나무도 꽃도 피기 시작했을 텐데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 다소 불공평하다 느끼는 것이, 일요일부터 음식점과 주점 취식이 가능하고 수영장과 사우나도 다 개방되었다. 어젯밤 주점 앞에서 거하게 취한 취객들을 보며 학교도 열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자정까지 열심히 공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런데 학교는 최후의 보루인 건인지 아직도 열어주지를 않는다. 이러다 중간고사까지 밀리면 안 되는데, 걱정이 많다. 그래도 그때쯤에는 설마 개방하겠지 하며 원격 수업을 하루하루 이어 나가는 중이다. 밀린 행사에 수행에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지만...
다음 주면 풀어주겠지 하던 원격이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렇게 근 한 달을 집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자연히 허리둘레는 두꺼워지고 기상 시간도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요즘은 아침 점심 저녁 산책을 하고 있다. 좀 달리고 싶기도 한데 달릴만한 옷이 없다. 나는 중국에는 정장이 없고 잠바 쪼가리만 있을 줄 알고 편한 옷들 다 버리고 왔는데 여기 와서 보니 여성복은 죄다 정장만 팔고 내가 원하는 잠바 쪼가리는 찾을 수가 없다. 이렇게 좌절스러울 데가 있나. 좀 참다가 서시장이 열었다니 가서 잠바 쪼가리에 바지 쪼가리를 좀 사 와야겠다. 다행히 잠옷 바지는 잘 챙겨 와서 격리 기간 중 교복처럼 입고 있었다. 옷은 역시 편한 게 최고 같다.
출근은 언제쯤 할까. 편한 옷이든 정장이든 입고 얼른 출근이 하고 싶다. 봄이 원격 끝나기 전까지 잘 남아 있어야 할텐데.